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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방]
 
 
작성일 : 13-09-29 20:58
대통령의 아집(我執)과 장관의 소신(所信)
 글쓴이 : 아라치
조회 : 1,793   추천 : 1   비추천 : 0  
● 진영 복지부장관마저 못해먹겠다고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의 이유는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소신이 외면받고, 오로지 대통령의 의중대로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양심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가장 문제가 된 정책은 바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부문이었다.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의 기초연금, 노령연금 공약의 실현을 위해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약간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이고, 진영 장관의 입장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권리와 혜택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기초연금이 올라가기에 국민연금 혜택이 약간 줄어드는 것이고, 국민연금에 짧은 기간 동안 가입한 사람은 국민연금 혜택이 미미하기 때문에 기초연금을 많이 주겠다는 것이다.  
 
● 결국 따져보면,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오래 가입하면 국민연금을 받기에 기초연금은 조금만 받으라는 것이고, 동시에 국민연금도 적게 수령하게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 수령액이 작은 사람들은 기초연금을 많이 주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오래 가입할 수록 손해라는 세간의 비판은 사실을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현재의 지급액보다 줄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두고 진영 복지부장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당장 국회의 국정감사 기간까지 장관직에 앉아 감사에 임하라고 강요하지만, 진영 장관은 자신의 소신과 다른 정부의 정책을 지지할 방법이 없으니, 자신이 앞장서 홍보하고 변호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즉, 어떠한 정책도 장관 자신이 원치 않는 정책인데, 이를 자신이 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 아닌가! 장관은 정부의 방침과 시책과 동떨어진 개인플레이를 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분명한 소신과 정책이 있는데도, 마음에도 없는 일을 맡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진영 장관은 자신이 복지부 장관의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게다가 분명히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지 않겠다고 한 것은 본래 박근혜의 원칙이었다. 원칙은 박근혜가 허물었지, 진영이 허문 것이 아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본인이 대선 기간에 내세운 소위 복지 플랜 때문에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애시당초 하지도 못할 것이었으면 꺼내지도 말았어야지, 전국을 누비며 수백번도 더 하고 다녔던 그 말을 박근혜 대통령은 ‘사과’가 아닌 ‘사실상 사과’의 형식으로 뒤집어 버렸다. 사과의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 이명박의 세종시를 두고 박근혜가 뭐라고 하였나? 이명박을 사기꾼 수준으로 몰아붙이며, 처음부터 세종시 원안을 깨고 수정한다고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국회에서 기어코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켰던 장본인이 바로 박근혜가 아닌가! 그래서 그 여파도 정운찬 총리가 물러나기까지 하였던 것이 아닌가! 
 
그런 박근혜가 본인이 수백번도 더 하고 다닌 그 약속을 스스로 깨버린 ‘대국민사기극’에 대해 박근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시 그런 공약 발표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면서 근본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나? 그때마다 박근혜는 자신이 수백명의 씽크탱크를 가지고 있다면서 반드시 하겠다고 얼마나 호언장담했던가? 박근혜 씽크탱크는 아이큐가 닭대가리 수준의 저능아였단가? 아니면 모두 사기술로 똘똘뭉친 사기꾼집단이었던가? 
 
● 진영 복지부장관이 사표를 냈다고 지금 청와대는 부글부글 끓는 모양이다. 박근혜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해 놓고 단지 진영 한 사람에게 화살을 돌릴 수 있는가? 지금까지 박근혜가 그토록 떠들어댔던 공약을 어떻게든 끼워맞추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면서도, 도저히 버티지 못하여 물러나는 실무 장관의 고뇌를 청와대는 과연 아는가? 
 
애초에 장관의 소신이 무엇이든간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요량이었으면, 뭣하러 장관을 뽑았는가? 아예 청와대 수석과 비서들이 장관직까지 다 겸직하고,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면 되지, 뭐하러 못해먹겠다는 장관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난리인가?  
 
● 장관은 단지 영행지신(佞幸之臣)이 아니다. 장관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비위나 맞추고 시키는 일이나 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장관은 소신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소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민을 보고 일하는 자리다. 그러나, 그런 소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때려치면 그만인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장관을 앉히면 그 소신에 대해서는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완전히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청와대의 비서들이 이에 간여하는 것을 원천봉쇄하였다. 왜냐하면 실무(實務)에 있어서 장관보다 뛰어난 자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뽑은 각료의 전문성과 능력을 믿어주지 않고, 사사건건 비서들 앞세워 제동(制動)을 걸며 일할 맛을 똑 떨어지게 할 것이라면, 차라리 말 잘 듣는 사람이나 앉혀서 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는 국민연금 가입자를 우롱하고, 그들이 성실하게 연금을 부어오며 노년을 대비해 온 정성을 무참히 짓밟으며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면, 반드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 개수작은 당장 집어치우고, 차라리 매년 수 조원의 세금으로 틀어박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부터 개혁하는 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가진 권력을 이 따위로 사용하면서, 장관들 일하는 것까지 일일이 사사건건 참견해가며 시비를 거는 이러한 권력사용방법을 박근혜는 당장 바꾸지 않는한, 앞으로도 제2의, 제 3의 진영은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말로만 박정희 딸이라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도 제발 부친을 본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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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13-09-29 21:43
 
아라치님, 시원한 일갈이십니다!
대통령, 아무나 하는 자리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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