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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18 17:19
박근혜 식사정치와 안철수의 전화정치
 글쓴이 : 아라치
조회 : 3,269   추천 : 1   비추천 : 0  
● 이번 보궐선거에서 노원병 지역구에 나온 안철수 후보는 당초 미국에서 의원직을 내놓은 노회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전화를 하였다. 떡값 검사들을 인터넷에 실명으로 올린 것을 두고 정보통신법 위반이라는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내놓은 노회찬으로서는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노회찬은 전화를 끊자마자 이를 언론에 공개하며, 자신의 억울함이 정당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였다.
 
그런데, 안철수는 다음날 바로 측근을 통해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노회찬은 물론 이곳에 출마하려던 야권은 일제히 안철수의 사술(詐術)을 비난하였고, 심지어 여권마저도 ‘안철수의 이러한 정치가 새정치냐?’면서 비난 대열에 합세하였다. 이럴 것이면, 노회찬에게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양해를 구했어야지, 안철수의 행위는 분명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
 
● 인사(人事) 문제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 인사에 해당하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인선에서도 여지없이 잡음을 내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일제히 반대를 하였고, 국민들의 여론도 차가웠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를 불러 청와대에서 밥을 먹으면서, 문희상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케익까지 잘라주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그동안의 인사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틀 뒤 박근혜 대통령은 윤진숙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에서조차도 윤진숙 임명은 철회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윤진숙 장관 임명을 밀어부쳤다. 이에 대해 야당은 청와대에서 밥 한끼 먹고 단단히 속았다고 부글부끌 끓고 있고, 여당에서조차도 안타까운 탄식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식사를 통해 꼼수를 부렸고, 안철수 후보는 전화를 통해 꼼수를 부렸다. 분명히 상대방과 같이 밥을 먹고, 전화를 통해 위로의 말을 전한 것은 소통(疏通)의 행위였으나, 그 다음에 이어진 후속행보와 연결해 보면 이는 소통(疏通)을 가장한 사술(詐術)이었던 셈이다. 흔히 병불염사(兵不厭詐)라 하여 전쟁에 임해서는 속임수 즉 사술(詐術)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는 이러한 기계(奇計)를 매우 효과적으로 발휘한 셈이다.
 
어째든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은 윤진숙 장관을 임명 강행하는 당장의 성과를 얻었고, 안철수는 초기의 우려를 뒤집고 선전하면서 현재 당선이 유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적어도 병불염사(兵不厭詐)로 당장의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뒷날 성공으로 이어질지 여전히 의문시 된다.
 
● 우리의 민주주의는 수백년 동안 닦아온 서양의 민주주의 보다는 그 역사가 짧지만 나름대로 60여년 동안 착실하게 민주주의의 제도를 갈고 닦아 오면서, 나름대로 민주주의가 정착하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과정(過程)보다는 결과(結果)를 중시하고, 동기(動機)보다는 성과(成果) 만을 중시하는 이상한 의식구조를 낳는 부작용도 초래하였다.
 
그래서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라는 그릇된 의식을 심어온 것도 사실이다. 사실 지난 대선을 보더라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기간에 오직 승리를 위해 갖은 공약(公約)을 모두 쏟아내었으나 지금 박근혜 정부의 행보를 보면, 대부분의 공약은 이미 모두 다 폐기되었다.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는 이미 퇴색되어 버렸다.
 
비록 낙선하였으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재인의 공약은 박근혜 대통령에 비해 더욱 허무맹랑하고 황당하였기 때문이다. 오직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용인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러한 의식과 행태는 정치인과 사회의 지도층에서만 만연된 것이 아니다.
 
● 우리의 어린 학생들도 이미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을 쫓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과 노력보다는, 당장의 이득을 위해서만 움직인다. 어린 학생들이 어른을 흉내내고, 로또를 사서 긁으며 일확천금을 바라고, 자신의 수준은 생각지 않고 무조건 신분상승만을 꿈꾸며, 힘든 일은 하려하지 않고 편안함과 안락함만을 추구한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일개 국민까지도 이러한 그릇된 의식구조 속에서 소통은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의 행보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덕(道德)은 땅에 떨어지고, 정의(正義)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윤리(倫理)는 고리타분한 구시대의 낡은 의식으로 치부되는 것이 작금의 세태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어린 아이들 조차도 이런 그릇된 의식 속에서 사는 우리의 삐뚫어진 민주주의 의식, 이것은 과연 누구 책임인가?
 
본인이 잘못되었다고 사과까지 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고, 새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초년생이 노회한 정치꾼 흉내나 내는 이런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무너진 윤리의식 속에서 이를 제대로 꾸짖고 비판하는 어른들과 원로들도 없는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는 자신들의 승리를 위해 잠깐 속임수를 쓴 것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국가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 두 사람의 이러한 간계(奸計)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정치는 인간 행위의 모든 것이다. 정치에서 사기(詐欺)와 꼼수가 만연하고, 비겁함이 거기에 더한다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윤리적 토대마저도 허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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