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시론]
 
 
작성일 : 14-11-16 09:55
청마의 끝자락에서 욕심과 교만을 더 멀리 버리련다.
 글쓴이 : 주노
조회 : 1,301   추천 : 0   비추천 : 0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바람이 부니 더욱 추워 움츠리게 된다.
대학에 가려는 아이들 수능시험일이면 어김없이 추워지는 날씨, 을씨년스럽게 어깨를 움츠리고 ​걸어가며 오래전 내가 어렸을 때의 겨울을 떠올린다. 얼마나 추웠는지 아이들은 울음보를 터뜨리며 걸어가던 시절이었다. 대개는 귀불이 동상에 걸려있고, 발에도 동상 걸린 아이들이 많았었다.
잠깐 6.25 전후의 어린 시절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내의는 면으로 만들었지만 헤어져 떨어지면 그곳에 다른 천을 대고 기워 입었고, 양말도 마찬가지로 누더기가 되었다. 신발은 고무신이 전부였고, 겉옷은 무명으로 만든 바지저고리다. 그러니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그때는 기온도 요즘보다 훨씬 더 낮았었던 것 같다.  
눈도 너무너무 많이 왔다. 아니 눈이 잘 녹지 않으니 더 많이 쌓인다.​
지금의 겨울은 아무리 춥다고 해도 옷이 너무 좋아서 견디기 어렵지 않다. 옷도 점점 발전하여 얇고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게 잘도 만든다. ​오리 털보다도 거위털이 더 좋다고 값을 따지지 않고 사 입으며, 어디를 가든지 난방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춥다는 것을 잊어버릴 지경이다.
집에서는 속옷만 입고도 무엇이든지 다 한다. 방 안에서조차 후 하고 불면 허옅게 나오던 입김도 지금은 집안에서 구경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우리가 소비를 얼마나 하고 있으며 얼마나 잘 살고 있는가?​
그러나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뭔가 부족한 게 있다.​
그들은 풍요 속에서 빈곤함을, 넘치는 정보 속에서 헛헛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지금도 책상과 컴퓨터와 대면하고 앉아서 머릿속에 무엇인가를 꾸기 꾸기 집어넣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 옛날 자연과 더불어 친구들과 함께 어우러진 그런 풋풋한 사진은 찍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옛날 사진이라도 한 장 나오면 빛바랜 사진을 보고 또 보며 그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아름다운 산천, 깨끗한 환경, 함께 어우러진 친구들의 모습이 내 입가에 미소와 함께 공허함도 배달하고 사라진다.
추억 배달부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현실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고 해야 할 일들을 차례대로 쌓아 보며 이것들을 어떻게 해 치울까 생각하며 정리한다.
올 한 해는 크고 작은 사고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벌써 올해도 한 달하고 보름 밖에 ​없다.  "새해 청마를 맞이하며 다짐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멀리 왔나?" 하는 생각에 괜한 조급증만 더해지는 것은 어쩌면 늘 이때면 겪는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금년 한해 조그만 목표를 세웠고,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루었다는 것이 퍽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다.​ 역시 세상은,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 함께 만들어 낸 '함께'의 창간 기념 코러스 파티를 11월 26일 열기로 했다.
파티 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낸다고 하지만, 별로일은 바쁘지 않고 머릿속이 바쁘고 복잡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진행 과정은 매끄럽게 될까? 혹여 실수는 없을까?" 이런 괜한 걱정을 해 본다.​
그러다가 이것들을 잠시 지우고, 옛날 어렸을 적을 잠시 떠올리며 복잡한 머릿속을 청소해 봤다.
갑오년 청마 해, 올 한 해는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쁜 해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 ​오랜 세월 미국에 거주하며 나름 고생하며 터를 닦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 그 귀하고 귀한 아들이 지난 4월 19일 짝꿍을 맞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 둘의 마음이 합하는 모습에 나는 흐뭇해했다.
그리고 드디어 얼마 전 그들의 2세가 잉태된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떠서 소리를 질렀다. 사실 둘 다 만혼이라 약간의 걱정도 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내년 여름이면 또 하나의 피붙이를 얻게 된다.
그 기쁨의 보상으로 나는 12월 미국엘 간다.​
금년 한 해를 되짚어 보면 나에게는 큰 행운이 계속되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과 교만'이 틈타지 못하도록 나 스스로를 다지며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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