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본 이재오
이재오는 포부를 좀 더 멋지게 이루겠다고 상경하면서 시작된 민주화투쟁의 이력 또한 그가 남다른 철학이나 이념에 경도되어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굴욕적인 한일회담에 반대했던 것이고, 끝내 학생을 학교에서 쫓아냄으로써 정당한 꿈과 권리를 짓밟는 독재자의 불의에 항거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는 상식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고, 그것은 이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산골 촌놈에게 이념이란 너무 먼 이야기였고 사치스런 교양이었다. 단지 불의로 가득찬 세상을 정의로운 세상으로 바꿔보자는 것이 그의 철학이면 철학이었고, 그것이 당시 시대가 요구한 시대정신이었다.
그는 정치적 이념으로 먼저 무장하고 반독재민주화운동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식적인 선에서 정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운동을 하다 보니 정치에 눈을 뜨게 되고, 그러다가 점점 민주와 통일에 대해서도 깨우치게 된 것이라고 해야 옳다고 한다.
따라서 그는 좌익의 이념을 구현하고자 독재에 맞서 통일운동을 했던 것이 아니고, 진보에 반대하면서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보수당의 의원으로 활동했던 것이 아니다. 좌든 우든, 혹은 진보든 보수든, 그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상식을 벗어난 불의와 부패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판단이 필요할 때마다 그 결정이 상식에 맞는지, 그가 생명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의와 부합되는 것인지를 따져보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나아가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만다 누군가와 상의하고 민주적 결론을 도출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