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의 정치역정 (3)
3
그는 2007년에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전국을 돌며 혼신의 힘을 다했다. 1964년 학생운동 이래 권력의 누적된 부패를 없애고 서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을 바꿔보자는 일념으로 정치를 하며 받아왔던 여러 가지 따가운 시선과 오해와 돌팔매, 43년간 때로는 전사로서, 투사로서, 욕을 먹으며 거칠어진 그의 이미지를 돌볼 겨를도 없이 정권교체를 위해 걸어왔다.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이명박 후보를 만난 1996년부터 12년간의 대통령 만들기에 바쳐온 한 정치인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가슴 속에 맺혀 있던 무언가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고 함박웃음에서 적고 있다.
이제 그의 인생에서 남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 정치적으로 남이 못할 말을 대신하여 욕먹는 일은 끝났다. 그동안 독재정권과 싸우면서 5번의 투옥, 10년간의 감옥생활과 고문으로 목숨을 빼앗길 뻔했던 여러 기억들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국회의원 3선 동안 오직 권력부패를 비판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앞장서야 했고,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아픔들도 곧 치유될 것이라 믿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 일이 그의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의 선택과 행동조차도 때때로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심지어는 반대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살면서 경험했다. 2008년 4월 9일의 은평 선거 후에도 그랬다. 잠시 떠나 있으라는 유언무언의 압력들이 쏟아졌다. 그는 떠나기 싫었지만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워싱턴 D.C.로 기약 없이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워싱턴에서의 생활 열 달을 끝내고 2009년 3월 28일에 그리던 서울의 집으로 돌아왔다. 워싱턴의 것들은 이제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나간 것에 집착하지 말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는 습관은 10년의 감옥살이가 준 선물이었다. (다음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