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 이어 취임 1주년 담화에서도 통일(統一)을 최대 국정 현안으로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도대체 뭘 본 것인지, 단단히 통일병(統一病)에 걸렸다. 어째든 간에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위한 준비라고 하니, 이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당연히 우리는 통일을 준비해야 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해야 맞다.
그러나 그 준비의 과정에서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소위 [통일준비위원회]라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에 이미 통일을 대비하고 준비하기 위한 부서인 [통일부(統一部)]가 있다. 그런데, 이런 부서가 있는데도 또다시 통일에 관련된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있으면 더 준비가 잘 되는가? 기존의 통일부는 뭐에 쓸 것인가? 그동안 통일부는 통일 준비 안하고 뭐하는 부처였단 말인가?
● 일각에서는 낙하산을 상당히 좋아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대로 또다른 낙하산을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뭐하러 국민 세금 가지고 쓸데없이 옥상옥(屋上屋) 같은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인가? 가뜩이나 세수도 부족하다고 볼멘소리 하는 마당에. 이런 위원회 하나 운영하려면 거의 천억대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상식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이미 대통령 직속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이 기구는 뭐에 쓸 것인가? 민주평통의 의장 또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이런 기구를 이미 상설화하여 운용하는 마당에 또다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든다니, 정말 대한민국은 돈도 많고 인재도 많다. 자꾸 위원회나 만들면 준비가 더 잘 되는가?
●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를 하겠다는 대전제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쓸데없이 위원회나 자리 만들기에나 골몰하지 말고, 기존의 기구와 부처를 활용해도 충분하다. 인원만 조금 보강하면 된다. 그런데 또다시 위원회를 만들면, 통일부장관과 민주평통의장 들과의 사이에서도 알력과 반목이 생길 수 있고, 오히려 준비작업을 너무 장황하게 벌려 놓아,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통일준비라는 것이 이렇게 대통령이 툭하면 들고 나와 떠들면서 할 사안이 아니다. 통일준비는 조용히 하는 것이지, 축제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국민들에게 ‘북한 퍼주기’할테니 좀 양해해 달라고 할 모양인데, 이런 방식의 통일준비가 그동안 박근혜가 비판해 온 김대중과 노무현의 방식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 기왕 대통령이 통일준비를 운운하였으니, 한 가지 더 거론하자. 세종시를 생각해 보자. 통일된 후에는 세종시를 어찌할 셈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으로 천문학적인 돈 들여 저 촌구석에 정부부처를 처박아 놨는데, 통일된 후에 통일정부를 구성하면 그 정부는 세종시에 들어가는가? 불과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그 신뢰나 약속타령 하면서 세종시 밀어부친 박근혜, 이거 어찌할 셈인가?
게다가 우리 사회도 통일이 안되는 마당에 무슨 남북통일인가? 본인이 내세운 국민화합은 어디로 내팽겨쳤고, 툭하면 남북통일만 외치느냐는 말이다. 남북통일보다 우선인 것이 사회통합일텐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심지어 집권 여당까지 무시하면서, 혼자 청와대에서 ‘고고한 한마리 진돗개’처럼 앉아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
● 통일은 준비해야 하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통일을 준비할 자세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동시에 통일을 준비하는 방식을 전혀 모르는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더욱 세심한 판단과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