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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방]
 
 
작성일 : 14-02-04 17:06
펜게이들을 위한 추천 중드- 천하량창(天下粮倉)
 글쓴이 : 마루치
조회 : 2,095   추천 : 0   비추천 : 0  
중국 시청률 1위를 차치했던 산시성(山西省) 거상 교치용(찌아오쯔용)의 이야기를 담은 <표가대원>을 소개할까 아니면 시진핑이 극찬했던 청백리 이야기 <염석전기>를 소개할까 고민하다 <천하량창(天下粮倉)>을 먼저 소개한다.
 
더펜에 모여 있는 펜게이들은 소녀시대보다는 치국(治國)에 관심이 더 많을 것 같아 <천하량창>을 먼저 소개한다.
 
'천하량창(天下粮倉)'은 말 그대로 '나라의 곳간'이란 뜻이다. 곡식을 모아 놓은 관창(나라의 곳간)이다.
 
중국에서 천하(天下)란 단어는 세상을 뜻하기보다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를 말한다. 황제는 천하의 주인이다. 하늘도 땅도 물도 황제의 소유고 백성도 황제의 소유다. 그래서 천하란 황제가 소유한 땅과 그 땅 위의 모든 것을 말한다.
 
그러면 이제 드라마 <천하량창>을 소개해 보자. 청나라 강희 황제 등극 1년 때 이야기다.
 
가뭄, 기근, 아사, 인육, 만두 세 개에 팔린 아이들, 관창(구휼미) 그리고 부패와 착복. 자기 몸을 불태우는 기우제.
이런 키워드면 벌써 <천하량창>이 어떤 드라마인지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바로 천하지옥도(天下地獄圖)다. 그 천하지옥도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백성과 관리들의 이야기다.
 
왕조시대 중국을 두 마디로 표현하자면 관리들의 부패와 부모관이다.
 
관리가 되려는 이유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할 만큼 부패는 극심했다. 백성이 기근으로 죽어 가도 관리들은 관창의 곡식을 빼돌린다. 돈을 주고 관직을 사고 착취와 수탈을 통해 부자가 된다. 향시(지방과거)를 보는 이유도 부자가 되기 위함이다. 그들이 바로 부패한 따인(大人)들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관리가 된 대인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류를 아는 자가 영웅이다."  
 
다른 하나는 부모관이다. 관리는 백성을 위하는 부모 같은 존재란 뜻이다. 백성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청백리들. 간언을 위해 목숨을 바쳐도 좋단 사명감으로 관리가 된 또 다른 대인들.
 
이렇게 중국은 이상과 현실이 극명하게 공존하고 갈등하는 나라다. 시류를 아는 자가 영웅이다는 때론 실용주의로 나타나기도 하고, 부모관 사상은 황하 같은 거대한 민중의 봇물로 세상을 뒤엎기도 한다. 그게 중국이다. 우리가 중국을 섣불리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 <천하량창(天下粮倉)>은 매우 진지하다. 섣부른 잔재주를 피우지 않는다. 정사보다 더 정사 같다. 무겁다. 묵직하다. 돌직구다. 그러나 보다 보면 자기 심연에 강물 같은 감동이 흐른다.
 
연출가는 잔재주를 피우지 않고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간다. 영화 '펄벅의 대지'에 나오는 고전적 장면들을 보는 듯하다. 연출자는 이걸 노렸는지도 모른다. 배우들도 과장하지 않고 자기 맡은 역을 다 한다. 중국 드라마의 대표적인 특색인 과장된 연기와 천외비선 같은 황당함이 없다. 주성치 류의 코믹함도 없다. 처절한 절제가 이 드라마의 미덕이다. 누선을 자극하려는 잦은 플래쉬백도 없다. 감성을 자극하려고도 않는다.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디테일도 과감히 생략한다. 어떤 대사들은 세익스피어를 보는 것 같고, 어떤 대목에선 소름이 쫙쫙 끼친다.  
 
드라마는 황하가 흘러 가듯 그렇게 그냥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 그래서 잔재미만 버무려 놓는 한국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처음에 지루할 수 있다. 낯이 설기도 하다. 그러나 다 보고 난 후에 자신도 모르게 밀려드는 감동은 이 드라마를 가치 있게 만든다.
 
15회에 한 대목을 보자.
28 명 사형수들의 목이 떨어지자 백성들은 노란 지전을 뿌렸다.
백성도 울고, 사형수도 울고, 관리도 울고, 하늘도 울고, 땅도 운다.
"이충은 백성을 구했으니 참형은 하늘에 물어야 한다"
백성들이 쓴 항의 혈서다.
사형장은 삽시간에 황색 눈으로 덮혔다.
 
23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사내 아이 하나에 찐방 세개요."
"이 마을을 지나면 가게가 없소."
"이렇게 가다 굶어 죽게 될 것이오."
상인이 진빵 세 개에 사내 아이를 산다고 한다.

"아버지 날 팔지 말아요"
"절 팔지 마세요"
진빵 세개를 받고 자기 아들을 안아 상인의 수레에 옮기는 아버지.
아버지는 자식을 팔아 얻은 찐방 세 개를 그의 아비에게 먹인다.
이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 봐야 하는 유통훈 흠차(황제가 파견한 관리).
 
<천하량창>은 한국에서 '충신 유통훈'으로 제목 붙여졌는데 잘못이다. 내가 제목을 붙인다면 "쌀(米)"로 붙였을 것 같다. <천하량창>은 바로 백성들이 먹는 쌀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를 다 본 후에 불현듯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천하량창(天下粮倉)은 과연 무엇일까. 백성을 배불리 먹일 수 있을 대한민국의 '쌀'과 '곡식'은 지금 무엇일까.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곳간을 채워야 할까. 그걸 아는게 정치가 아닐까.
 
스포일러 때문에 드라마 소개는 이걸로 줄인다. 직접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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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넷에서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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