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닭먹고 거위털 내미는 경우는 살다가 처음보는 상황이다.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중산층에 대한 세금폭탄을 저질러놓고,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분명이 증세가 아니라고 하면서, 이번 세제개혁안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못할 만큼 살짝 깃털 하나 뺀 정도에 불과하다고 변명을 늘어왔다.
조원동 경제수석의 논리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혁안이 결국 직장 샐러리맨에게 1년에 16만원 정도를 더 부담하는 정도라서, 수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거위털 이야기를 꺼낸 것 같다. 그러나, 조원동 경제수석은 거위털은 살짝 뽑았는지 모르지만, 거위들 잡아먹는 늑대를 쫓아내려고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인 것은 생각지 못한 것 같다.
● 이번 정부의 세제개혁안을 보면, 결국 연소득 3450만원에서 7000만원 사이의 그야말로 중산층에 대한 과세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의 소득형태를 보면, 대체로 직장 근로자이기에 소득액이 뚜렷이 드러나 있고, 소득하기 전에 이미 세금을 원천적으로 징수당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탈세라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투명하고 깨끗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연소득 1억 이상의 고액 연봉은 물론 고액 소득을 타가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증세는 이번 세제개혁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조원동 수석은 분명하게 말하지 않고 있다. 거위털만 살짝 뽑고, 늑대 잡을 생각은 안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이번 세제개혁안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을 조원동 수석은 왜 모를까? 늑대잡을 생각은 안하면서, 국민들의 몸에서 깃털 하나씩 뽑아가겠다는데, 어떤 국민들이 가만 있겠는가?
● 게다가 조원동 수석 본인이 “세금 걷는 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며 그것이 이번 세제 개편안의 정신”이라고 말했다면, 이것은 ‘국민들이 모르게 세금을 거둬 가려는 꼼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한마디로 기름값 서서히 몇 십원씩 올리듯, 세금을 티 안나게 조금씩 올려서 징수하겠다는 아주 얄팍하고 치사한 방식이다.
게다가 이번 세제개혁안을 보면 연말 소득공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축소하고, 의료비와 교육비의 세액공제 전환을 시도하려는 듯 하는데, 이는 의사나 변호사 및 대형 학원 원장 등 소위 ‘현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내버려 둔 채 봉급 받는 사람들의 피만 빨겠다는 아주 몰염치한 방식이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사술(邪術)을 쓰며, 기득권층만 보호하고 옹호하는 것이다.
● 심지어 이번 세제 개혁안을 보면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정부가 국민을 우습게 보고,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세웠던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는 하려 하지 않고, 결국 근로소득을 원천징수 당하는 중산층 샐러리맨들의 호주머니만 털어, 아주 손쉽게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에게 꼼수를 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원칙과 신뢰를 들먹거리면서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濫發)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처음부터 신중하게 검토하여 실현가능한 공약을 내세웠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말도 안되는 복지타령을 해대다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도 안되서 이렇게 국민을 우롱한다면, 앞으로 남으로 4년 반을 국민들은 얼마나 더 분통을 터뜨리며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 이미 각계 전문가는 물론 여야의 정치권까지 지난번 현오석 경제팀의 안일한 경제운용에 대해 질타하고, 현오석을 경질하라는 목소리를 낸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러한 건의를 묵살하고 현오석을 오히려 두둔해 놓고는, 이젠 국민들의 호주머니 털 궁리나 하고 있다. 국민들을 얼마나 우습고 같잖게 보았으며, 몸뚱아리에서 털 하나 뽑았는데 왜 그러냐고 항변을 할까?
이런 것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권부(權府)인 청와대에 앉아 국민들의 혈압을 오르게 하고 있으니, 이 꼴을 앞으로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국민들에게 지난 대선에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여 국민들에게 헛된 망상만 심어준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본인이 내세운 공약 중에 실현 가능한 선(線)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