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말이 간명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말에 힘이 있었다. "대전은요?"도 그중 하나였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커터칼 테러를 당했을 때 병상에서 선거 상황을 보고받고 했다는 말이다. 이 한마디가 알려지면서 한나라당은 그 선거를 휩쓸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한 말들은 달랐다. 그가 한 말이 억지나 거짓으로 밝혀져 오히려 스스로 곤경을 자초하는 부메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2년 전 '정윤회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유출됐을 때 박 대통령은 "국기 문란 행위"라며 일벌백계하라고 했다. 그래놓고 정작 자신은 올 4월까지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180건의 청와대 자료를 최순실씨에게 보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은 훨씬 심각한 국기 문란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2년 전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거론됐을 때 박 대통령은 "개헌은 국가 역량을 분산시키는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10월 느닷없이 개헌론을 들고 나왔다. 최순실 게이트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개헌론은 하루도 못 갔다. 되레 최순실 게이트가 블랙홀이 돼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그제 대통령이 '천벌(天罰)'을 얘기했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이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공모한 결과'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에서 추진한 것이고 퇴임 후나 개인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라고 변호인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때도 '천벌'이란 말을 썼다. 당시 상대 진영이 최순실 아버지 최태민씨와의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그는 "실체가 없다. 천벌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 하느냐"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통령의 말은 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1970년대 후반 최태민씨가 박 대통령을 내세운 재단을 만들어 재벌 돈을 받았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안 전 수석을 통해 현대차로 하여금 최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광고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했다고 한다. 실제 이 회사는 현대 <iframe noresize="65535" height="250" marginheight="0" src="http://cad.chosun.com/RealMedia/ads/adstream_sx.ads/www.chosun.com/news@x74" frameborder="0" width="250" marginwidth="0" scrolling="no"></iframe>차에서 70억원어치 광고를 수주했다. 이런 일도 '순수한 마음에서'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 5일 2차 주말 촛불집회 때 세 아이 어머니라는 시민이 발언대에 섰다.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착하게 살지 않으면 천벌 받는다'고 가르쳤는데, 더는 이렇게 말할 수 없다." 바로 이게 지금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 심정일 것이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