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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 13-03-09 09:41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대해서. (펌글)
 글쓴이 : 주노
조회 : 4,300   추천 : 0   비추천 : 0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역사책이나 철학책에서, 또 이 책을 읽고 정치학적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의 저작이나 담화에서 자유는 매우 고귀한 것으로 언급되어 왔다. 하지만 그 자유는 사사로운 개인의 자유가 아니라 코먼웰스의 자유이다. 그것은 시민법이나 코먼웰스가 존재하지 않을 때에 각 개인이 가지고 있던 자유와 동일한 것이며, 또한 그로부터 생기는 효과도 동일하다. 지배자가 없는 사람들 간에는 이웃에 대한 만인의 영구적 투쟁이 존재한다.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도, 아버지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유산도 없고, 동산이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도 없고, 보호 수단도 없다. 오직 개개인의 완전하고 절대적인 자유만이 있을 뿐이다.
(1권 p286)
 
 인간은 자유라는 그럴듯한 이름에 기만당하기 쉽고, 식별능력의 결여로 인하여 저 공공(公共)의 권리인 자유를 사적 상속권이나 생득권인 것 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해가, 이 문제에 대한 저작으로 평판을 얻고 있는 사람들의 권위에 의해 뒷받침될 경우, 폭동이나 정부의 변혁을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반구에 사는 우리들은 코먼웰스의 설립 및 권리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기타 그리스와 로마의 학자들로부터 받아들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연의 원리에서 이들 권리를 도출한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살던 민주적 코먼웰스에서 실제로 행해지던 것을 바탕으로 이론을 구성하여 책으로 남겼다. (중략) 아테네인들은 사람들이 정치적 변혁을 바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신들은 자유민이며, 군주정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노예라고 교육받았다. 그 결과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정치학에서 이렇게 썼다. "민주정에는 자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통치형태에서는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러했던 것과 같이, 키케로나 기타 저술가들도, 군주정을 혐오하도록 교육받았던 로마인들의 견해를 기초로 그들의 정치이론을 수립하였다. 로마인들은, 처음에는 주권자를 폐기하여 로마의 주권을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진 자들에 의해, 나중에는 그들의 후계자에 의해 군주정을 혐오하도록 교육받았다. 그리고 이들 그리스, 라틴의 저술가들을 읽음으로써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자유라는 그릇된 이름 아래 걸핏하면 소요를 일으키고, 주권자의 행위를 함부로 규제하고, 그 다음에는 많은 피를 흘리면서 그 규제자들을 또다시 규제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장담하건데, 서방의 여러 지역이 그리스와 라틴의 학문을 사들인 것 처럼 그렇게 값비싼 것은 지금까지 있어본 일이 없다.
(1권 288p)
 
 확고한 이성의 해독제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그리스와 로마의 군대 지휘관들이 이룩한 위대한 전공에 강렬하고 매혹적인 인상을 받은 나머지, 그들이 한 모든 일에 호감을 갖게 되고, 또한 그들의 위대한 번영은, 사실상 개개인들이 경쟁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민중적 정치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아테네 민주정이나 로마 공화정의 정치체제가 불완전함으로 인해 폭동과 내란이 빈발하였다는 점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왕을 시해하려는 기도들도, 단언하건데, 다 그런 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리스와 로마의 저술가들은 정치에 관한 책이나 강론을 통해 왕을 일단 폭군으로 규정하고 나면, 그를 살해하는 것은 합법적이며,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즉 그들에 따르면, 그것은 왕을 죽이는 시해가 아니라, 폭군을 죽이는 폭군주살이기 때문에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군주정 하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품게 된다. 즉 민중적 코먼웰스에서 사는 백성들은 자유를 누리는데, 자기들은 군주정하에서 모두 노예라는 것이다. 군주정하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품는다. 민중적 정치체제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없기 때문이다.
(1권 421p)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을 배운 사람은 민중적 정부 이외의 모든 정부를 폭군정치로 여겨왔다. 왕은 모두 폭군이라고 불렀고, 스파르타를 정복하고 귀족정치체제를 세운 30명의 통치자를 30인 폭군이라고 불렀다. 한편 민주정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유의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tyrant는 원래 군주를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리스 대부분의 지역에서 왕정이 사라지고 나자, 그말에 압제자라는 새로운 뜻이 추가되었는데, 이것은 민중적 정부가 왕정에 대해 품고 있던 반감을 나타낸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로마에서도 왕이 사라진 후에 왕이라는 말은 비난어로 변했다. 강대한 적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을 때는, 그가 가진 속성들에 대해 결점을 찾아내 비난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민주정이나 귀족정에서 통치권을 맡은 자들이 못마땅할 때는 자신들의 분노를 나타낼 수 있는 수치스러운 명칭 대신에, 무정부 상태, 혹은 과두정치 혹은 소수의 전제정치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각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공적 대표자가 한사람이든 합의체이든 자의적으로 통치를 한다는 사실에 대해 화를 낸다. 이렇게 통치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자의적 정부가 사라질 경우에 사회가 끝없는 내란에 휘말리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내란이 일어난 후에도 얼마동안은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법의 힘은 말과 약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무기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2권 402p)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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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펜관리자 13-05-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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