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을 보면 나라가 보입니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 위한 정책은 넘칩니다. 하지만 학교밖 청소년들은 방치되다시피 합니다”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자영업자는 소득이 파악이 어려워 주택이나 자동차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됩니다. 그래서 피해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부분을 좀 경감하는 대신 직장인이면서도 피부양자로 되어 있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내게 하려 했는데... 직장인 보험료 올리려 한다는 비판만 거셌습니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우리나라는 행정도 수출합니다. 개발도상국에게 서구의 선진국 보다는 식민지 고통,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발전한 우리나라의 행정에서 배울 점이 많습니다” - [한국행정연구원]
국무총리실 산하에는 26개 국책연구기관이 있습니다. 위에서 예를 든 중차대한 문제들에 대해 해결방향을 제시하고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과정은 국책연구기관에서 시작됩니다.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들여다보면 나라 현안의 거의 전부가 보입니다. 그만큼 큰 역할을 하는 곳일 뿐 아니라 이론과 현실감각을 겸비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 정확히는 국책연구기관을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 국회의원들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일 년에 한 번 국정감사 시기에 그것도 법인카드 사용내역에만 관심 있는 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몇 년 전 한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제 후배가 저를 아주 따끔하게 나무랐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이 뭐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고 있느냐는 것이었죠.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국책연구기관 한 곳 한 곳을 방문하고 기관의 역할과 핵심 현안들에 대해 보고 받고 학습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정치권에서 다루던 크고작은 현안들, 정부가 발표하는 핵심 정책들, 시위로 시끌벅적한 거리에 나부끼던 현수막의 주장들... 이런 문제들이 모두 국책연구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하는 주제들이었습니다. 그 때 듣고 보고 배운 내용들이 저 혼자 품고 있기에는 너무 중요하고 귀중했기에, 정리한 내용들을 모아 책을 냈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다시 한번 국책연구기관 한 곳 한 곳과 현안협의를 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해당 기관이 바라본 우리나라 최대 현안들을 중심으로 설명과 질의응답을 진행했습니다.
몇 년 사이 해결점을 향해 많이 나아간 현안도 있었습니다. 새롭게 큰 이슈로 떠오른 문제도 있었으며 그동안 어려운 난관에 봉착해 교착상태에 빠진 이슈도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연구기관들이 하나같이 무척이나 열성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구원들도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으로서 매우 큰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이전으로 인한 인력 유출 문제로 적지 않는 곤란을 겪었습니다. 또, 인건비를 비롯한 기본 운영비의 일부를 수탁과제를 통해 벌어들여야 하기에 연구원 본연의 연구과제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는 애로사항도 들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의 안정적인 연구활동을 보장하는 방안, 우수인력을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연구 성과물이 보다 구체화되고 정책에 더 잘 반영될 수 있는 구조 등, 2년 전과는 다른 새로운 고민과 과제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고하시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과 임직원 모두에게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보냅니다. 또한, 제가 보고 배운 소중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기록해 다른 의원들에게도 공유해 볼 생각입니다.
김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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