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검증 – 옥중서신(부모님에게)
옥중서신
이재오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틈날 때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문학을 좋아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것은 외조부를 닮은 탓이라고 그의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형제들 중에서 어머니를 가장 많이 닮았다. 그의 어머니가 무척이나 풍부한 감성에 예술을 좋아하셨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도 시간이 나면 사람들에게 직접 말하거나 전화하는 것보다는 편지를 써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 여리고 감수성 풍부한 문학청년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편지, 감옥 안에서 참 많이도 썼다고 한다. 감옥 안에 갇힌 세월은 미움뿐이었지만 글을 익힐 수 있었던 터라 이제는 고마움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그의 저서 「함박웃음」에서 적고 있다.
그가 감옥 안에서 쓴 많은 편지 중에
서 그의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아들딸들에게 보낸 편지를 각 1통씩 선정하여 옮겨본다.
<생각이 날아날아 부모님 곁으로>
부모님 전상서
아침에 흰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첫눈이 오려나 했더니 금새 멎었습니다. 이 곳은 눈도 인색하게 오는가 봅니다. 어서 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와야 모든 것들이 잘 풀어지겠지요.
11일 고은 엄마가 면회를 왔습니다. 내복도 여러 벌 넣어주고 돈도 먹을 것도 듬뿍 넣어주고 갔습니다. 흰 눈이 녹아 버리듯 금새 끝나는 면회 시간이지만 오고 가는 정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막 고은 엄마를 보내고 방에 들어오니 기다리던 어머님 편지가 왔습니다. 마치 어머님의 다정한 목소리를 듣듯 읽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아버님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은 소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자식 하나는 수인(囚人)으로 두고 밤낮 편찮으시다니 더욱 마음 저려 옵니다. 양주회전에 못 가실 정도로 불편하시다니 더더욱 걱정입니다.
갇혀 사는 자식이라 마음뿐 생각은 멀리 날아 대구 집에 머물러봅니다. 아버님이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서 인자하신 모습 뵙고 싶습니다. 하루 속히 건강을 되찾으셔서 아침엔 산책도 하시고 손자들 손잡고 나들이도 다녀야지요.
그리고 형님 납품 사업은 순조롭게 잘 되시는지요. 늦었지만 남의 회사에 고용살이하기보다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형님께서도 너무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이 여간 아니시군요. 못난 동생이라 아무런 도움도 못 드리고 항상 염려만 끼쳐드려 죄스럽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 꼭 기다리던 날이 오겠지요. 우리집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웃고 즐거워 할 그 날이 오겠지요. 형님의 사업 번창하시기 바랍니다.
경주 형도 여전하지요. 영호 형제도 잘 있는지요. 다음 편지하실 때 경주 형 주소도 적어주십시오. 네 형제가 이렇게 각각 살아서 부모님께서 더욱 불편하시겠지요 ․ ․ ․.
서울 고은이는 모범생인 모양입니다. 은별이도 잘 자랍니다. 더구나 저도 건강합니다.
그럼 부모님 건강하심을 기원하옵니다.
1980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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