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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9-15 06:45
(下) 울릉도 이까바리
 글쓴이 : 남해어부
조회 : 2,306   추천 : 1   비추천 : 0  
() 울릉도 이 까바리
 
어느새 여명의 시각이 다가왔다. 바다동쪽 지평선에 희미하게 빛이 비추는가 싶더니 순식간 날이 밝았다. 한 순간 동쪽바다 속에서 불덩이 같은 타오르는 태양이 이글거리며 지평선 위로 솟아올랐다. 그 모습은 경이자체다.
 
날이 밝으면 집어등의 마력은 사라지고 오징어 무리는 바다 속 깊은 심해로 숨었다.
 
밤샘작업에 지친 어부들은 배 밑 선실에 내려가 골아 떨어졌다. 오전이 훨씬 넘어야 모두일어나 바닷물을 퍼 올려 세수와 양치를 했다. 그리고 각자는 식사 준비를 했다. 밥 하는데 사용되는 식수는 갑판 위 나무통에 담긴 항구서 가져온 수도 물을 사용했다.
 
그 시간대면 선장과 사무장은 어부들이 밤새 잡은 오징어를 집계한다. 오징어를 상자에 담고 얼음을 채워 선창 밑 창고에 넣었다. 이때 어획량이 하선할 때 자기 잡은 오징어 50%를 돈으로 환산, 지급 받았다
 
어부들은 좀 늦은 아침 겸. 점심식사를 마치고 각자 낚시를 손질한 뒤 다시 못다 한 잠을 청하고 깨여 일어나면, 바다 위는 해질녘이 되었다. 오전 해 놓은 식은 밥에 된장국으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모두가 뱃전에 몰려섰다.
 
그 모습이 동물의 왕국서 본 미역 컷이 연상돼 웃음이 나왔다. 어부들이 뱃전에 몰려든 이유를 잠시 뒤에 알 수 있었는데, 서쪽바다가 석양노을로 불타오르고 있는 광경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장엄한 자연이었다.
 
잠시 뒤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잠긴다. 바다에는 새로운 밤이 왔다. 배 갑판위 발전기 소리는 요란하게 들리고 집어등 불빛이 대낮 같이 환히 비추는 가운데 또다시 이 까바리는 시작됐다.
 
원양 이 까바리는 한번 출항하면 보통 보름 이상을 바다 위 해상에 생활했다. 모두가 잘 적응한다. 오징어 조업은 계속되고 갑판 밑 창고엔 오징어가 가득 차 게 될 때쯤이면, 오징어 사는 배가 울릉도서 왔다. 바다위에서 오징어를 팔고 사는데 항상 현금으로만 거래된다고 했다.
 
밤바다에 비가 오면 어부들은 비옷을 꺼내 입고 이 까바리를 계속했다. 밤바다 위로 쏟아져 내리는 빗발이 집어등 불빛이 반사돼 은빛으로 빛 췄다. 은빛 줄기가 밤바다 위로 쏟아지는 광경은 환상적이었다.
 
그 환상의 세계에 잠시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뱃전 너머로 출렁이던 시퍼런 파도는 순식간에 거대한 은빛물결로 변했다. 밤바다 위는 은빛세상이 됐다. 은빛 파도가 온통 출렁대는 신천지다.
 
밤바다 위 은빛세계는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불현듯 은빛세계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잠시 뒤 빗발이 굵어지고 파도가 높아지면 은빛세계는 곧 사라졌다. 오징어낚시도 되질 않아 빗줄기가 잠잠해 질 때까지 조업은 중단됐다.
 
바다상대의 조업이라 기상에 민감하다. 라디오 기상 예보에 태풍경보라도 발령되면 조타실 무전기엔 "가까운 항구로 대피하란" 긴급명령이 떨어진다. 이 까바리 배들은 즉시 어구를 챙기고 조업 중단하고 닻을 걷어 올렸다. 모든 이 까 배들은 항구를 향해 마치 경주하듯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때로는 미처 항구에 도착하기에 태풍과 맞다 들리면 산더미 같은 파도가 일렁이며 밀려오고 솟아올라 배를 덮쳤다.
 
이럴 때면 노련한 선장은 배의 키를 단단히 잡고 몰려오는 파도를 향해 배의 기수를 돌리며 돌진한다. 작은 목선인 이 까바리 배는 파도정면으로 도전한다.
 
70T급 목선은 일엽편주가 되어 파도꼭대기로 날아가듯 오르다 순식간에 미끄러져 내려오며 바다 속에 한없이 빠져 든다고 느끼게 내려갔다 다시 파도를 타고 정상에 오르는 것을 수 없이 반복했다.
 
대자연의 위력 앞에 한 낮 인간은 무력했다. 시간은 어디로 도망쳤는지,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파도에 시달리다 죽다 살아난 몰골로 간신히 울릉도 항구에 도착한다. 배갑판 위 미처 갈무리 못한 어구와 장비는 폭풍 속의 파도에 다 쓸려 가버렸다.
 
공해상의 이 까 배들은 가장 가까운 울릉도 항으로 모여들었다. 포구 안에 닻을 내리고 폭풍이 지나가길 며칠이고 기다렸다. 이때 울릉도 항구엔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닌단 말이 돌 정도로 현금이 돌며 흥청거린다.
 
항구뒷골목 술집에는 파시를 노리고 전국에서 모여든 술파는 아가씨들이 웃음과 애교로 어부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2002년 포털사이트에 올려 수많은 독자들이 다녀간울릉도 이 까바리”.
 
요즘에는 오징어 값도 엄청 올랐습니다. 지난번 청량리 경동시장 건어물가계에 갔더니 마른 오징어 한축(20마리)품은 4만 했습니다. 껍질이 두꺼운 아르헨티나 수입도 있었으나 역시 오징어 하면 울릉도란 상표가 붙었더군요. 옛날 울릉도 원양 이 까바리 때를 회상하니 감개가 새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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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15-09-15 10:04
답변  
저도 전에는 오징어 무지 좋아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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