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알맹이가 빠진 회담이었다. 아마 보수언론 및 박근혜 내시그룹에서는 “첫 술에 배부르랴"고 말을 할 것이다. 어떤 알맹이가 빠졌는지 살펴보자.
어제 남북회담이 개최되고 서두에 남북 양측의 기조발언이 있었다. 북한 측에서 “장마철 홍수피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오자 너나 할 것이 없이 “무슨 소리이지?”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그러나 결과는 북한 측의 이런 발언이 회담의 결과였다)
먼저 우리 측의 요구를 정리하면,
첫째: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인한 피해에 따른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요구.
둘째: 완제품과 원. 부자재 반출 문제부터 우선 협의
셋째: 우리 측 인원의 신변 안전 보장과 북측의 재발 방지 약속 요구.
이에 대해 북측은
첫째: 개성공단 장마철 피해 대책과 관련 기업들의 설비 점검 문제 등 기업인 방북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협의할 것을 제의.
둘째: 우선 완제품부터 반출하고 자재는 재가동을 염두에 두고 불필요하게 반출하는 일을 재고.
셋째: 개성공단의 조속한 원상 복구와 가동할 수 있는 공장부터 먼저 운영.
위와 같이 남북 양측의 주장 및 요구에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즉 우리는 전제조건을 요구하고 있고, 북측은 일단 공장부터 가동하고 보자고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합의가 되었다.
[합의문]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해 나간다는데 인식을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남북양측은 장마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측 기업관계자들을 비롯한 해당 인원들이 7월10일부터 개성공단을 방문해 설비점검 및 정비를 진행하도록 한다.
2. 남과 북은 남측 기업들이 완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하며, 관련 절차에 따라 설비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한다.
3. 남과 북은 설비 점검과 물자 반출 등을 위해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측 인원들과 차량들의 통행 통신과 남측인원들의 안전한 복귀 및 신변안전을 보장한다.
4. 남과 북은 준비되는데 따라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가동하도록 하며 가동중단 재발 방지 등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위해 7월10일 개성공단에서 후속 회담을 개최한다.
[해설]
이번 개성공단 관련 남북당국 간 실무회담의 알맹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의 재발방지 문제 등 개성공단 정상화]이다.
그러나 위의 합의문 4항을 보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후속 회담을 개최한다고 명시 되어있다. 그것도 개성공단에서......
이 말은 우리가 요구한 전제조건은 거의 충족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북측의 요구인 기업인 방북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다시 말하면....
북측의 첫 번째 요구사항인 기업인 방북만이 합의가 되었고 우리 측의 첫 번째 요구사항인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표명이라는 말은 사라져버렸다.
마지막으로 우리 측 실무단장의 멋진 말이다.
"이번 합의가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나아가 남북간 신뢰를 쌓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무슨 합의를 했다고 발전적 정상화인가? 그리고 또 그 지긋지긋한 신뢰가 나왔다. 남북회담 합의문에는 신뢰의 ‘신’자도 나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결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개성공단은 마침내 계륵이 되고야 말 것이다. 과정상의 문제점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유야무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