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분 남짓,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인물의 소개로 연단 앞에 선 이는 황병서 북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마무리된 8월 25일 오후 5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합의문 브리핑. 관영언론뿐인 북한에서 경쟁적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일 자체는 누가 봐도 불필요한 ‘장식물’이었다. 남측이나 서방 당국자의 기자회견을 흉내 낸 게 분명한 설정과 카메라워크. 통상 남북 간 협의 결과는 아나운서의 낭독으로 ‘때우고 넘어가던’ 관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