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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작성일 : 13-09-20 18:42
자유를 위한 견제와 균형
 글쓴이 : 주노
조회 : 2,961   추천 : 0   비추천 : 0  
애국주의자들의 분노를 일으킨 백년전쟁이라는 동영상은 대한민국의 건국대통령을 폄훼하는 방식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유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선배를 통해서 책을 통해서 그런 방식의 생각을 배워왔고 이는 80년대에 젊음을 보낸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서(이것은 새로운 것이나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진보-보수라는 진영을 활용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서 사용되어온 것이다. 오늘날 새삼스럽게 80년대 사유의 문제점이 노정되는 것은 이러한 사유를 이용한 정치진영이 무너진 현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분단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국가라는 인식은 80년대 사유의 배경에 있는 핵심적인 것으로서 민주화이후의 87년 체제를 유지시켜온 진영논리를 뒷받침하는 반체제와 현실 부정의 논리다. 그렇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87년체제는 이미 6년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으로 종식되었고 진보와 보수진영은 붕괴되었다. 오직 386세대의 마음에만 살아남아서 현실을 부정하게 하고 끊임없는 정치적 논란 제기라는 반향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반체제와 현실 부정의 강고한 80년대 사유가 선거와 민주적 절차를 부인하기까지에 이르러서는 이에 대한 반작용이 종북논란과 일베논란, 불필요한 도덕적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늘의 정치 문제가 정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 자체에 대한 저항, 그리고 현실 자체에 대한 부정의 문제임을 말해주는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지나간 과거의 사유가 남아서 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80년대 사유는 집단 무의식의 영역에 존재한다. 칼 융이 지적한 것처럼 마음이 개인안에 머무는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특정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와 생각에 뿌리를 둔 것이고 그러한 공동체의 공유하는 마음이 집단의 무의식을 형성하는 것이라면, 80년대 사유의 문제는 개개인의 마음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것은 80년대 386세대의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 및 세계관의 문제다. 공통의 잠재의식의 기반에 있는 사유가 정신적 게토를 형성하게 될 경우 게토안에 갇힌 자는 의도적이 아니더라도 개인으로서 판단을 내릴 수 없고 자신이 속하는 게토의 정신적 지향을 추구할 수 밖에는 없다. 현실과 체제 자체를 부인하는 80년대의 사유의 게토 안에서는 현실을 볼 수 없으며 오직 그 게토의 논리안에 갇히게 되므로 게토에 속한 자는 현실과 충돌함은 물론 현실 부적응에 따르는 불필요한 자기 소진에 이른다.
 
이러한 80년대의 부정의 논리와 현실에 대한 저항 정신은 결코 유익하지 않다. 보라! 80년대 사유라는 것이 얼마나 과거에 얽매어 있으며, 죽은 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가를! 그것이 과거의 낡은 방법론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그것이 현실에 저항하기 위한 분노와 현실부인만을 일으킬 뿐이어서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게는 유용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것이 게토안에 머무는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에게만 유용한 것이라는 것을! 게토안에 갇힌 자들이 주장하는 공동체로서의 우리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며 도대체 우리는 누구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라. 죽은 자들에게 의존하는 과거의 사유는 게토를 유지하는데 이바지 할 뿐이다.
 
현실을 보지 못하면서 과거에 집착하여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타개하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100여년 전 외세의 침략이 도래한 상황에 처한 조선의 상황을 생각하여 보자. 변화하는 세계사의 격랑속에서 500년 조선의 강고한 정치종교체제가 형성한 사유방식이 개인 뿐 아니라 조선의 미래을 위하여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였음에도 조선의 사람들은 그러한 강고한 사유체제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이에 사로잡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사이에 조선은 세계사의 변화하는 흐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한국사회에서 진영을 구분하는 담장을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이 1980년대가 형성한 반체제와 현실부정의 사유이며 이것은 87년 체제를 유지하게 한 사유체계다. 80년대 사유는 80년대 한반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결코 보편적인 사유가 아니고 지식의 종국적인 결집이 아니며 특정 시대에 특정한 지역에서 특정한 상황가운데 탄생한 당대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집단적 사유이다. 87년 체제가 형성한 진보보수라는 진영구도안에서 80년대 사유는 진보진영을 형성하여 둥지를 틀었기에, 그들과의 반대자가 보수라는 이름을 얻었을 뿐인데, 이러한 정치적 담합이 87년체제를 유지하게 하였다. 이제 진보보수의 진영구도가 무너진 상황에서 더 이상 80년대 사유가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이는 미래에 대한 장애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지금 목도하고 있다. 지금도 80년대 사유를 드러내는 시도는 게토안에 갇혀 과거를 희구하는 불필요한 몸부림이다.
 
이제 80년대 사유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왜 어떤 이유로 그것이 형성되었으며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였고 왜 아직까지도 강고하게 사람들을 존재하지도 아니한 진영이라는 틀 안에 가두고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지 못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 틀안에서 실제로 이익을 누리는 자는 누구이며, 누가 그 틀을 유지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이 틀을 깨뜨리고 사유의 감옥에서, 정신의 게토에서 해방시킬 것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여야 할 때이다. 그래서 이러한 작업을 청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주위의 동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동료들과 함께해야 할 나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이제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하겠다. 반체제의 현실 저항의 80년대 사유라는 감옥에서, 80년대 사유의 게토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들에게만 아니라 우리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래는 멀리서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의 우리 각자의 삶의 연장선상에서 도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ICONOCLAST - 자유를 위한 견제와 균형 ( 카페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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