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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7-19 18:14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편가르기의 심리학
 글쓴이 : 주노
조회 : 3,373   추천 : 0   비추천 : 0  
어린 시절에 들어본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라는 질문만큼 당혹하게 하는 질문은 없다. 성년기에 이르러서도 같은 형태의 질문이 그 내용만 바뀌어서 주어지는데 하물며 음주의 장소에서도 이러한 질문을 던져지지 않던가? 참이슬을 마실 것인가 처음처럼을 마실것인가? 이러한 현실은 왜 이러한 질문이 던져지고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이러한 질문을 기존의 권력관계에 대한 균형을 깨려는 시도이며, 당신의 정체성이 근거하는 어떤 지향성의 확인을 묻는 것이다. 적을 규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는 상대방인데 상대방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당신이 어느 편에 있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의 배후에는 무수히 많은 편가르기의 근거가 되는 자기정체성의 확인이 있으며 무수히 많은 권력의 중심이 존재한다.
 
어떤 문제만 제기되면, 아니 어떤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를 편가르기의 문제로 환원하여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강요당하는 사회는 피곤하다. 편가르기가 없을수는 없지만 이러한 편가르기가 마치 인간 본연의 정체성인양 말하는 것은 문제다. 인간은 그렇게 편가를 수 없고, 생각을 기초로 인간을 구분할 수 없다. 언제까지 계속해서 자본의 편인가 노동의 편인가? 민주인가 독재인가? 보수인가 진보인가? 51%인가 49%인가? 갑인가 을인가와 같은 편가르기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강요당하는 상황을 반복할 것인가? 왜 이러한 질문으로 어떤 편가름의 존재를 확인해야만 하는가?
 
어떤 경우에도 현실에 있어서 우리는 어떤 편에 확정적으로 속해있지 아니하며 수많은 분파의 성향의 어는 곳에서도 존재하기에 이러한 편가르기 식의 질문에 대한 확정적인 대답을 할 수가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함에도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질문자의 불안의 심리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가 속해있는 사회의 불안정성과 변화의 가운데서 제기되는 것이다. 식민지와 전쟁, 그리고 폭압적 정치상황 및 숨가쁘게 변화하는 현실은 정체성을 흔들고 어느 곳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고, 이것이 상대를 규정하고 나를 규정하고자 하는 마음을 형성한다.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질문을 상대방에게 던지기 보다는 내 안에서 찾고 절대자와 보편적인 것에 대한 질문에서 찾을 수가 있다면, 그래서 그러한 불안 가운데서 해방될 수 있다면 이와같은 편가르기의 질문의 연쇄에서 놓일 수 가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렇게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계속하여 반복되는 편가르기의 질문과 자기의 정체성과 입장에 대한 답변을 강요하는 그런 세태는 더 이상 참기 어렵다. 그러한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는 것은 성찰의 출발이겠지만 상대방에게 답변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의 행사다. 언제까지나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같은 그런 유의 질문을 계속하면서 삶을 보낼 것인가? 이제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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