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에서는 우파진영과 좌파진영 간에 체제 이념논쟁이 한창이라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논쟁의 요점은 유럽연합을 탈퇴한 이후, 과연 영국은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하는가가 논쟁의 요체라고 한다.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에서는 복지확대를 통한 세금 퍼주기가 영국이 가야할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보수당을 비롯한 우파진영에서는 정통적인 보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이 선택할 방향이라고 맞서고 있다.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야당인 노동당을 비롯한 좌파진영은 부자증세와 임시직 철폐, 25세 모든 국민에게 사회출발자금 지원, 종업원 지주제 도입을 통한 주주자본주의 철폐, 유아 전면 무상교육, 기간산업 재국유화, 대기업 주식으로 기금화 하여 노동자 배당금 지급, 등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론의 호응은 별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권이 영국 좌파진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유사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영국의 좌파정당과 한국의 좌파정당과는 태생부터가 확연히 다르다. 노동당이 비록 야당의 입장에서는 포퓰리즘 성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는 한국의 좌파정권과는 확연히 달랐다. 과거 노동당이 집권한 시절에서 보듯, 보수우파의 정책도 과감하게 수용하며 제3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편, 집권 보수당의 메이 총리는 일하는 것이야말로 가난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일자리 창출을 통한 보수의 핵심가치로 좌파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960~1970년대의 영국에는 영국병이라는 것이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었다. 영국병이란 세계 최고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귀족이 되어 나태해지고 기업들은 무거운 세금부담에 신음하던 병을 말한다. 결코 고쳐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 고질적인 영국병은 마거릿 대처라는 걸출한 총리가 등장한 이후 1980년대부터 서서히 고쳐지기 시작했다. 마거릿 대체 전 총리가 고강도의 노동개혁, 대대적인 재정지출 삭감, 공기업의 민영화, 각종 규제 완화,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촉진이라는 고강도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1983년도의 영국 성장률은 3%대를 회복했고 그 이후 줄곧 성장세를 유지했다.
1990년, 유럽통합에 대한 의견대립으로 대처 총리가 물러나고 뒤이어 존 메이저 총리가 정권을 잡아 우파 정권은 계속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1997년 총선에서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게 됨에 따라 보수당 18년 정권은 막을 내렸다. 당시 노동당에는 기존의 좌파정책을 버리고 제3의 길을 들고 나온 44세의 토니 블레어가 있었던 것이 노동당 승리의 원인이었다. 이후 노동당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정권을 잡았다. 노동당이 집권하는 동안 영국의 보수당은 반격의 준비를 착착 진행시켰다.
2007년, 보수당이 정권을 탈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4년 보수당 마이클 하워드 대표가 발표한 보수주의자가 지켜야할 신조 16개 항을 신문광고에 개제되면서부터 우파진영은 서서히 결집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대표는 자신이 보수주의자에 대한 신조 16개항을 신문 광고를 통해 공개한 이유로 "서로를 헐뜯는 데 익숙한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진정한 보수당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광고를 냈다"고 게재 이유를 설명했고, 이 신문 광고는 영국사회에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마이클 하워드가 광고한 보수주의자 16개 강령은 좌파진영에서 조차 찬사를 보냈을 정도였다고 하니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온 것만은 확실하다고 보여 진다. 다음은 마이클 하워드가 밝힌 16개항의 보수주의 강령에 등장하는 “나는 믿는다.”의 세부 항목이다. 우리나라의 우파정당을 비롯한 우파진영에 도움이 될 것 같아 16개 신조를 소개한다.
1. 자신은 물론 가족의 건강과 부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2, 누군가 부자이기 때문에 또 다른 사람이 가난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3, 누군가 지식이 있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식해졌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4. 국민이 인간 본연의 야망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5. 국민은 그들이 삶의 주인이고 간섭과 지나친 통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6. 국민은 커야 하며 정부는 작아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7. 관료주의, 형식주의, 갖가지 규정과 조사관, 각종 위원회와 독립적인 정부기관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간 행복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8. 모든 국민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9. 책임 없는 자유는 없으며 스스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나는 믿는다.
10. 불공평은 우리를 분노하게 하며 기회 균등이야말로 중요한 가치임을 나는 믿는다.
11. 부모는 자녀에게 자신들이 받았던 것보다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나는 믿는다.
12. 모든 어린이는 노후에 자신들의 부모가 평안하기를 바란다고 나는 믿는다.
13. 영국인들은 그들이 자유로울 때만이 행복하다고 나는 믿는다.
14. 영국은 언제나 영국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15, 행운과 타고난 재능과 노력, 그리고 부의 다양성을 통해서만이 섬나라인 영국이 고귀한 과거와 약동하는 미래를 가진 위대한 사람들의 고향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들의 종이 되는 것이 행복하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16. 누군가 건강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가 병들게 됐다고 나는 믿지 않는다.
이상과 같이 16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대표는 영국인들로부터 진정한 보수주의 정치인이라는 칭송을 받았고 영국의 보수당은 끊임없는 개혁을 계속해 왔다. 그 결과 2010년 총선 이래 현재까지 계속 집권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보수정당도 영국의 보수당처럼 자기희생과 혁신을 하지 않고 당리당략에 얽매여 당권 싸움만 하고 정치인 개개인의 사리만 추구한다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큰소리 치고 있는 50년 장기집권 운운하는 소리가 결코 허풍이 아니라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