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마련한 개헌안 발표 대국민 쇼가 3일에 걸쳐 막을 내렸다. 정상적이라면 국무회의를 거쳐 국무총리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발표하거나 아니면 주무부처인 법무부 장관이 발표하는 것이 원칙적인 절차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의 참모에 불과한 일개 비서가 나서 개헌안 내용을 발표하고 설명까지 해 주었으며 국회에 대해 조속처리를 당부까지 했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개헌안을 국무회의조차 거치지도 않고 대통령의 일개 비서에 불과한 정무 수석이 발표하다니, 이런 모습은 국민을 졸(卒)로 취급하는 생각이 없다면 결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모습이 바로 정권의 오만함과 독선이요, 정해진 규범과 절차를 무시하는 국정농단이다. 이러니 국회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청와대의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법제처 심사조차 거치지 않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헌법 89조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은 정부 수립이후 줄곧 유지되어 왔던 나라의 골격을 마구 뒤흔드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국가의 기본 틀과 사회의 시스템을 좌편향으로 바꾸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도가 스며있는 개헌안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일방적이다. 강성 좌파세력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토지공개념을 명확히 규정한 것만 알 수가 있는 일이다.
토지공개념을 간단하게 정의하면 토지는 국가의 땅으로써 공공재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성과 공공성의 이익을 위해서는 점유권, 사용권, 처분권을 제한 할 수가 있다는 의미가 있어 극심한 논란을 야기할 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세계 어느 나라도 토지 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없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토지공개념이 가미된 법률이 존재하고 있다. 이른바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택지소유에 대한법률 등이 여기에 속하는 법률들이다.
개헌안을 발표한 정무 수석 조국은 토지 투기로 인한 사회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 공개념 내용을 헌법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고, 민주당 추미애는 토지공개념 명시에 대해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입구정책으로서 상생의 개념을 헌법원리에 도입했다는 것도 대단히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지만 추미애의 이 발언은 세삼스러운 발언도 아니다.
추미애는 이와 유사한 발언을 작년에도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추미애는 미국의 경제 사상가 헨리 조지를 인용하면서 "헨리 조지는 토지에 세금을 매겨서 토지 보유자들이 땅을 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고, "헨리 조지가 살아 있었다면 땅의 사용권은 인민에게 주되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식이 타당하다고 했을 것"이라고 하면서 오늘날 지금 봐도 타당한 얘기라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국의 설명과 추미애의 소리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강성 재야 좌파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변한 소리일 뿐, 국민 대다수의 의견은 결코 같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학자와 경제인들은 토지 공개념의 도입은 국가가 땅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사유재산제와 충돌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사유재산제의 근간을 흔들어 자유시장경제의 뿌리라고 할 수가 있는 재산권 보장이 위축될 뿐만 아니라 경제민주화에다 토지 공개념까지 더해지면 시장경제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모 교수는 토지 공개념 도입을 중국식 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으며, 야당도 자유시장경제와 사유재산제를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제대로 된 개헌안이라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런 상항에서는 국회 문턱을 넘을 리도 만무한 일이다. 이러니 지지세력 결집을 유도하는 이벤트용 개헌안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올 수밖에 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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