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함께'에 실린 글방]
 
 
작성일 : 15-04-08 07:48
[황 현 대] 엄마의 짐
 글쓴이 : 주노
조회 : 1,581   추천 : 0   비추천 : 0  
초대시  
                                                                                              황현대.jpg

                                                                                             황 현 대
                                                                                              변호사, 시인
                                                     엄마의 짐
 
엄마는 장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20리 길 5일장 풍산장에 가셨다.
어린 나는 그 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다.
짐은 등에만 지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도 진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장에 가는 길은 낙동강을 건너고 풍산들을 지나야 했다.
강에 사공이 없으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모래성을 쌓았지만
엄마는 강건너 사공을 목놓아 불렀다.
빨리가야 깨며 고추를 팔아 장을 볼 수 있는데...
 
풍산들은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더운 여름날 장 꾸러미 들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깨끼 하나로 지나오기에는 너무 길었다.
추운 겨울 강들바람을 맞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제 엄마는 머리에 짐을 일수 없다.
낙동강에는 배도 없고 사공도 없지만
엄마가 갔던 그 풍산장에 한 번 가고 싶다.
내 등의 짐을 지고...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Total 51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비추천
공지 '함께' 3집 원고 접수 중입니다. 관리자 03-23 6266 1 0
공지 '함께 글방' 에는 더펜에서 발간한 … 주노 01-21 6298 0 0
36 [박태운] 작은 기업 큰사랑 주노 03-02 1586 0 0
35 [구영식] 2006년 사이공 혹은 호치민 주노 03-07 1997 0 0
34 [소심향] 골목길 주노 03-09 1690 0 0
33 [길병곤] 답게 사는 삶이 아름답다 주노 03-12 1569 0 0
32 [최종관] 전통 옻칠공예 채화칠기 가족 주노 03-14 1960 0 0
31 [김희곤] 다시 돌아보는 공자의 삶 주노 03-18 1953 0 0
30 [서 강] 노블리스 오블리주 주노 03-20 1574 0 0
29 [정상용] 고경면장, 호국의 두 길을 품다 청양 03-22 2348 0 0
28 '함께' 3집 원고 접수 중입니다. 관리자 03-23 6266 1 0
27 [정기산] 승-승의 원칙과 삶의 가치 주노 03-24 1599 0 0
26 [하숙자] 님비속에 Eco-Friendly Village 만들기 주노 03-28 1509 0 0
25 [유근용] 독서를 통한 삶의 변화 청양 03-30 1774 0 0
24 [조동찬] 내 집 정원은 내 손으로 만들고 싶… 주노 04-01 1705 0 0
23 [송연우] 나는 쓸모 있는 사람입니까? 주노 04-06 1740 0 0
22 [황 현 대] 엄마의 짐 주노 04-08 1582 0 0
 1  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