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용기를 보여주신 아버지
그의 아버지는 그가 감옥에 있을 때 돌아가셨다. 1983년 8.15에 특별사면을 받아 교도소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중 나온 형님에게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크고 길게 운적이 없었다. 밀려드는 회한과 서러움에 몸을 가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억울한 옥살이도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만든 모진 고문도 내 눈에서 이런 눈물을 뽑아내지는 못했다. 자식된 도리, 회한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가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고 함박웃음에서 적고 있다.
이재오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때 징역을 당해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일을 하다가 해방 후 영양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고 농부가 되었다. 덕에 이재오는 가난을 타고났다. 생전의 그의 아버지는 말씀이 거의 없고 정이 많은 분이었다.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농토를 지키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특히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 남달라서 훗날 그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일제의 탄압과 수탈을 견디며 청년시절을 보냈고, 6.25전쟁에서의 잔혹함을 그의 아버지 자신이 몸소 경험한 터라 누구보다 그의 상황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이해해 주었던 분이었다. 땀을 믿는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세상의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투옥되면 제일 먼저 달려와 위로해 주시고 그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의연함을 보였다. 자식이 매번 모진 고문으로 투옥되기를 반복하는데 어느 아버지의 마음이 아프지 않았겠는가 싶지만 그 때마다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강인한 정신을 주문하곤 했다고 말한다.
민주화 운동과 계속되는 투옥으로 심신이 지쳤을 때 누구보다도 그를 위로해 주셨던 그런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그 당시 그의 마음은 가히 짐작이 간다. 아버지가 그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은, “흔들리지 않는 정의로운 마음이 사내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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