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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3-06 16:37
'맘에 와닿는 글입니다.'
 글쓴이 : 이민영
조회 : 2,348   추천 : 0   비추천 : 0  
한국의 사대주의 지식인들과 민족주의

                               이화여대 강철구교수님 글

한국 지식인들이 서양학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요사이 일만이 아니다.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민족주의는 세계화 시대에는 이미 낡은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배타적이며 폐쇄적이라고도 하고 나치의 파시즘과 같이 독재적이며 약자를 억압하는 이념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이제 민족주의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민족과 민족주의를 제대로 알기나 하고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유감스럽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서양학자들의 글을 몇 자 적당히 읽고 떠들어대는 소리다.

우리 입장에서 정말로 민족주의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모두 1980년대에 서양에서 등장한 새로운 민족주의 이론에서 비롯한다. ‘근대주의 해석’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어네스트 겔너나 에릭 홉스봄 같은 영국 학자들이 대표다. 서양의 민족주의 연구자들 다수가 이 방향을 따르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민족은 길어야 200년의 역사 밖에 갖고 있지 않다. 18세기 말부터 자본주의 발전이나 산업화라는 근대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민족이 수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주장이다. 이 사람들은 민족주의가 역사 속에서 유혈과 전쟁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주장이 옳은 주장일까?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엉터리 주장이고 서양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이론이다. 우선 민족의 역사는 이들의 주장보다 훨씬 길다. 유대민족 같이 수천 년 되는 경우도 있고 수백 년 되는 경우도 많다. 민족주의는 다른 민족과의 경쟁 속에서 태어났다. 이것은 민족주의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영국과 프랑스에서 17-18세기에 분명히 나타난다.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 민족주의를 발전시켰다.

유럽에서 19세기가 민족주의의 시대가 된 것은 산업화가 나라들 사이의 경쟁을 더 격화시켰기 때문이다. 산업화한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사이에 힘의 차이가 커졌기 때문이다. 20세기에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민족주의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된 것도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렇게 민족주의는 내부적 요인이 아니라 외부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민족정체성은 매우 강인한 힘을 갖고 있다. 민족의 종족성이나 언어, 문화, 종교, 관습, 공동의 역사적 경험이 그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해도 몇 세대씩 민족정체성이 이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 민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다종족으로 구성된 많은 유럽국가에서 19세기에 민족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그것이 많은 정치적 분규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산업화로 국가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가 안의 주된 종족이 다른 소수 종족들을 더 강하게 지배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언어나 문화, 역사 해석마저 강요하니 반발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원인을 살피지 않고 민족주의가 분란만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민족이 얼마 안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세계화 시대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지구인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외계인이 지구인을 공격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민족이 쉽게 사라질 수 있겠는가? 또 지금의 세계화 시대는 그야말로 모든 세계 사람들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시대가 아니다. 약소국가에 대한 선진국의 억압과 착취가 더 강화되고 있는 시대이다. 그러니 이런 차별과 억압의 시대에 민족주의가 더 강화되면 되었지 약화될 수가 없다.

현재 영국과 미국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근대주의 해석’은 기본적으로 이들 나라의 이익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다. 강력한 정치력, 경제력,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특별히 민족주의를 주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진국의 민족주의는 자기들의 세계 지배 야욕에 방해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그것을 해체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이들이 민족주의를 억압적이고 비도덕적인 이데올로기로 모는 것은 겔너나 홉스봄 같은 사람들의 개인적 경험 때문이다. 이들은 동유럽 출신자들로 나치독일 민족주의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강대국들의 파괴적 민족주의와 식민지에서 벗어나 독립과 자주를 지키려는 제3세계 국가들의 민족주의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러니 이런 이론을 우리가 무작정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황당무궤한 일인가. 그것은 진리도 아니고 보편타당한 원리도 아니다. 그것은 후진국들과 약소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학문적인 무기이다.

한국의 지식인들이 이런 잘못된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학문이 자주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대주의적인 태도로서 빨리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은 경제력으로는 이제 세계 10위권에 근접했지만 정치적 군사적으로는 매우 취약한 수준에 있다. 유감스럽게도 세계 4대강국에 둘러싸여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따라서 민족을 통합하고 외세에 대항하기 위해 민족주의는 우리에게 아직도 매우 중요한 이념이다. 섣부른 해체는 금물이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주의가 배타적이거나 폐쇄적일 필요는 없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나 개방경제와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의 쓸 데 없는 간섭을 막고 우리의 이익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한국사회에서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민족주의 탓으로 돌린다. 물론 한국인들이 다른 아시아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멸시하고 억압하는 것은 잘못된 일로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민족주의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다. 또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민족이 단일민족이 아니라든가 한국이 다민족사회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민족은 핏줄로만 연결되는 존재가 아니다. 여러 정치적 역사적 문화적 요소가 긴 역사 속에서 그것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고대에 여러 종족의 핏줄이 섞였다 해도 그것 때문에 한국이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외국인 노동자나 외국인 신부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해서 다민족사회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민족사회라는 것은 여러 민족이 함께 국가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각각의 민족이 고유의 민족적 성격을 계속 유지할 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 다민족사회로 갈 수 있는 싹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 이상은 아니다.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강대국들이 우리보다 더 민족주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사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미국인들이 즐겨 말하는 애국주의는 민족주의의 미국식 이름일 뿐이다. 두 개가 전혀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인류가 평등하게 사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은 이상일 뿐이지 현실이 아니다. 우리가 그런 이상에 현혹되어 현실을 잊는다면 결코 외세의 시달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민족주의는 낡은 것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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