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하긴,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다. 마치 지난 대선 때 박근혜가 공약 하나하나를 담당자가 질리도록 꼼꼼히 따져본 것과 마찬가지로, 묻고 또 묻고, 그래도 의심스러워서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신중함, 그런가? 이 부분에서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중용의 도를 깨우친 사람이다.
오래 전의 일이다.
마누라 친구 부부가 나를 만나려고 지방에서 올라왔다. 이유인즉, 의처증 때문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한다. 그러나 언제 이 사랑이 깨어질지 불안해서 잠시도 아내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 매일매일 사랑의 약속을 한다. 심지어는 맹세를 한다. 그래도 남편은 불안하다. 더더구나 주위에서 들리는 것은 온통 이혼이라는 말뿐이니 남편은 불안하다.
그래서 그 부부는 공증을 하기로 했단다. 공증 사무실(?)에 갔더니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 보증인이 되어달라고 나를 찾았던 것이다. 나는 물었다. ‘페널티’가 무엇인가를 그런데 없단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내가 페널티였다. 즉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내 놓으면 아내의 무단가출 병이 조금은 나아지지나 않을까하는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픈 철학관을 운영한다는 한 남자의 깊고 깊은 불신의 골짜기를 나는 보았다.
불신은 이처럼 무서운 병이다. 속된 말로 ‘약도 없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은 약속인데, 이 또한 이행보증이 안 될 때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왜냐? 패널티가 없으므로........
박근혜대통령이 개성공단 관련해서 북한 측에 공증을 요구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과거 나를 찾아왔던 그 남자의 서글픈 얼굴 표정과 오늘 박근혜의 치유하기 힘든 ‘불신증’의 모습이 겹쳐진다.
오죽하면, 당사자끼리의 약속 그리고 합의문을 믿지 못하고 공증을 하려고 했겠는가? 공증 보증인은 ‘개성공단 국제화’다. 마치 지금도 휴전선에 존재하고 있는 ‘중립국위원회’처럼....
“그 점쟁이 지금도 잘 사나?” 내가 가끔씩 아내에게 물어보는 말이다.
“박근혜의 원칙 잘 지켜질까?” 오늘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