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는 후보의 얼굴이다. 경력·가치관·정견·공약·비전을 상세히 밝혀 유권자의 평가를 받는 일종의 시험답안지와 다름없다. 그런데 뜨악했다.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인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공보는 가로 19㎝, 세로 27㎝ 내에서 후보자가 자비로 제작해야 한다. 책자형은 8장 16쪽이 최대 한도다. 주요 후보 5명은 대부분 그리 만들어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군소 후보들 것은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초등생의 홍보물만도 못했다. 주머니 사정이야 알 바 아니지만 최소한의 염치마저….
우리나라에 선거공보가 도입된 건 1950년 5월 30일 실시된 제2회 국회의원 선거 때다. 거리유세가 유일한 수단이었던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한자와 한글을 세로로 병기했는데 한 장짜리였다. 지금은 디지털·모바일 홍보가 대세여서 종이 낭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 연령층이 다양해 ‘아날로그 홍보’ 수요도 여전하다. 선진국들도 그런 방식을 중시한다. 미국은 우편물·광고전단·팸플릿·정당 기관지 형태로, 일본은 전단과 선거공보 등을 유권자에게 보낸다. 차분하게 후보를 비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한 장이든 여덟 장이든 대선후보의 선거공보는 각 가정에 전달됐다. 그리고 후보로 등록했던 15명 모두 투표용지에 이름이 새겨진다. 기호가 배정된 탓에 사퇴한 13번 김정선, 11번 남재준 후보(기표란에 ‘사퇴’라고 표시)도 포함된다. 역대 최다인 15명의 소속과 이름을 넣다 보니 투표용지도 28.5㎝로 가장 길어졌다. 12명이 출마했던 2007년 17대 대선 때보다 6.3㎝가 더 길다. 투표용지는 어제부터 인쇄에 들어갔다. 결정의 날도 8일 남았다. 아직 선거공보 봉투를 뜯지 않았다면 연휴에 한 장짜리가 얼마나 웃기고 슬픈지 읽어 보시기 바란다. 궁금증이 발동한다. 왜 출마했을까.
양영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