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9-22 17:06
[해병대가 해체되고] 전도봉 전 해병대 사령관 회고록 중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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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주노
 조회 : 2,580  추천 : 0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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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가 해체되고
황병○ 장군님은 해병대사령부가 해체되는 날까지 다시 말하면 해병대라는 군 조직이 존재하던 날까지 내가 직접 모셨던 마지막 장군이었다.
해병대가 없어지고 해군에 통합된다는 소식을 듣는 그날부터 그분은 해병대를 떠날 준비를 했다.
그 분은 서울 미아리 쪽에 큰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품성이 좋고 선이 굵고 호탕하고 술을 즐기는 편 이었다.
1973년 10월. 해병대 해체와 함께 그분은 집으로 갔다.
당시 후암동 사령부에는 관리참모부에 김광○, 서울지구 헌병대보안과에 김무○ 서울경비대에 이강○, 병무감실에 이유○, 경리감실에 방민○, 정보참모부에 나, 여섯 명의 동기생이 있었다.
다른 동기생들에 비하여 김무일과 나는 수시로 만나고 전화통화를 했다.
해병대가 왜 해체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해병대가 미워서 육군이 주동이 되어 해체하게 되었다는 유언비어도 나돌았다.
어느 누가 주동이 되었고 우리 해병대를 없앤 자가 누구인지 알면 그놈을 저격해야 한다는 단호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 당시 헌병대에 근무하던 김무일은 항상 실탄과 총기를 휴대하고 다닐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너무 억울하다고 여겼다.
6.25때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구하여 수도서울을 탈환하였고 월남전에서는 귀신 잡는 해병대라고 칭할 정도로 열심히 싸웠다.
언젠가는 해병대를 다시 세우고 이 군대를 지켜가야 한다고 의기가 투합하였다.
그리고 김무일과 나는 후일을 위해 군복을 벗지 않고 그대로 남기기로 합의를 보았다.
해체되기도 전에 벌써 해군본부에서 필요한 서류뭉치를 차량으로 싣고 가는 모습도 보았다.
완전히 초상 난 집 같았다.
해체되는 그날은 건물의 유리창이 모두 박살났다.
도서경비부대가 있는 최북단 백령도로 전속명령서를 받고 떠날 때 해병대 사령부는 흡사 동화 속에 나오는 유령 집 같았다.
인천에서 12시간 넘게 가도 가도 바다였다.
정말 멀고 먼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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