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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방]
 
 
작성일 : 18-01-11 15:49
'핵'이라는 글자가 자취를 감춘 남북합의보도문,
 글쓴이 : 한신
조회 : 1,577   추천 : 1   비추천 : 0  
북한에 구걸하다시피 대화에 매달렸던 문재인 정부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침내 회담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회담장에 나타난 북한 대표단은 자신들이 마치 개선장군이나 된 듯 배를 불쑥 내밀고 나타났다. 갑은 우리가 분명했는데도 회담장에서는 갑과 을의 처지가 뒤바뀐 장면이 속출했다. 큰소리는 북한이 쳤고 우리 측 대표단의 소리는 모기 소리만큼 작았으니 회담의 주도권도 북한이 잡았다.
 
회담에 참가한 북한의 의도는 분명했다. 동계올림픽 취약국가인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국면을 활용하여 남한의 여론을 메가톤급으로 뒤흔들기 위해 철저하게 기만전술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동계올림픽에 내보낼 선수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된다고 선수단, 응원단, 참관단, 예술단, 고위급 대표단, 올림픽위원회 대표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무더기로 보내겠다고 한 것만 봐도 짐작이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동계올림픽과 전혀 상관도 없는 태권도 시범단까지 보내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북한은 도대체 어떤 정치적인 의도를 숨겼기에 배보다 배꼽을 수십 배나 더 크게 보이겠다는 것인지 유심히 살펴볼 이유가 충분히 존재하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는 일이다. 이번 남북회담에 있어 다급한 쪽은 북한이 분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영리했다면 다급한 북한의 처지를 이용하여 평창올림픽 참가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정석이었는데도 우리 측 협상단이 북한보다 오히려 더 급하게 서두른 결과,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거의 다 들어주었다.
 
그래서 나타난 결과물이 공동보도문이었다. 공동보도문을 요약하면 1) 동계올림픽 성공에 양측이 적극 협조한다고 하면서 평창의 지명은 뺐다. 2) 군사적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 환경을 마련하여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위해 공동 노력한다. 3) 남북선언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문제는 우리가 같은 민족인 우리끼리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의 회담을 개최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라는 단어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보도문을 보면 미국을 패싱 시켜 놓은 후, 문재인 정부와 직거래를 통해 과거 햇볕정책에서 이미 맛보았던 달콤한 사탕을 얻어내기 위해 갈라치기 수법을 사용했다. 어쩌면 이런 합의 내용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노림수에 말려들어갈 토대가 마련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보도문이 숱하게 발표되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보면 항상 당한 쪽은 우리였다는 점은 간과한 채, 너무 쉽게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우를 범하여 형편없는 회담 실력만 보여준 꼴이 되고 말았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군사회담과 남북간 문제는 상호 직접 대화를 통하자고 하면서 북한의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은 미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920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서울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군사적 옵션이 존재한다고 밝히자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적 옵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미제의 부질없는 전쟁광기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남조선 전역이 쑥대밭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한 점을 미루어 볼 때, 과연 합의문 내용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가장 큰  문제점은 남북한 선수단 공동입장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이 합의는 어쩌면 올림픽 주최국의 국기조차 게양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중대한 문제다. 만약 태극기가 아니라 한반도기가 등장하게 되면 국가의 정체성 문제로 비화하여 또 다른 남남갈등의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참가단의 체류경비 지원 문제마저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정부가 스스로 유엔 제재를 위반하는 꼴이 된다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이번 회담을 통해 더욱더 확실해진 것은 북한이 망하는 순간까지도 비핵화는 절대 못하겠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대표단은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했고, 비핵화 회담이 없다면 남북대화는 불가능하다고 강경하게 대응하지도 않았으며, 남북회담 합의문에 이라는 글자를 단 한자도 포함시키지 못했다. 이렇게 어설프게 합의를 해놓고선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이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밝혔으니 모순도 이만저만 모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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