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고대의 형벌 중에 곤형(髡刑)이라는 것이 있었다. 상고(尙古) 시대에는 오형(五刑) 중의 하나로, 주로 전쟁에서 패한 장수나 군영 내에 기율을 어긴 장수들에게 내린 일종의 수치심을 주는 형벌이었다.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유명한 마속(馬謖)이 제갈량에게 목이 잘렸을 때, 마속의 참모 역을 맡던 장수들은 죄다 이 곤형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읽는 소설 <삼국지(원명 삼국연의三國演義)>가 아닌, 정사(正史) <삼국지(三國志)>의 저자 진수(陳壽)의 부친이 바로 마속의 참모로 곤형을 받은 사람이었다.
●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의 관념을 표방하는 유가(儒家)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 곤형이 존재해 왔으니, 이 곤형에 처해진다 해도 단순히 머리를 깎는 것만으로도 불효라고 여기는 관념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머리를 잘 깎지 않았던 상고 시대의 풍습을 보면, 머리를 깎는 것 만으로도 부족의 연대감이나 동질감이 상실되는 그런 치욕스러운 감정이 들었을 것이라는 짐작만 들 뿐이다.
전국시대의 강국 제(齊)나라에는 순우곤(淳于髡)이라는 대신이 있었다. 그는 젊은 시절 곤형을 당했기에, 이름을 곤(髡)이라 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언변이 뛰어나고 변설(辨說)에 능했던 사람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성어의 원형인 견토지쟁(犬免之爭)이라는 말이 바로 그가 한 말이다. 소대(蘇代)라는 변설가가 순우곤의 견토지쟁의 말을 듣고,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말을 응용해서 만들어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 우리는 어제 오늘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스스로 머리를 깎는 것을 보았다. 이들 이전에도 과거에 소위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툭하면 머리를 깎는 것을 계속해서 보아왔다. 그들은 머리를 깎아 자신들의 굳은 결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솔직히 대다수 사람들은 그들이 머리를 밀던 말던 별 관심도 없다. 그들이 부처님 모시는 스님들처럼 신앙심이 투철한 종교인도 아니고, 오로지 형님 한 분을 위해 빡빡 밀고 다니며 어깨 자랑하던 소위 깍두기 형님들도 아니고, 무엇을 그렇게 지키고 고수하며 투쟁하겠다고 깎는 것인지,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 물론 그들은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구시대적이고 솔직히 좀 무식해 보이는 그런 이벤트나 해서 사람들을 규합하려 해도, 우리 사회가 이젠 그런 데에 넘어갈 사회가 아니다. 이들은 입만 열면 박근혜 정권이 과거로 회귀했다고 침을 튀기며 말하는데, 아직도 저렇게 과거처럼 머리 깎는 쑈를 벌이는 그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한번 되묻고 싶다.
오히려 고대의 곤형을 받아 수치심을 느꼈던 죄인들처럼, 우리가 볼 때 “저것들은 무슨 수치심도 없나?”하는 생각만 들 뿐이다. 아무리 개인의 인권과 사상의 자유도 좋다지만, 국가(國家)라는 집단과 공동체의 안전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늘어놓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공공연히 국가전복에 대한 말을 운운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그들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 곤형(髡刑)은 고사하고, 당장 참수(斬首)하여 기시(棄市)해도 부족할 인간들이, 뭐가 잘났다고 이 추운 늦가을에 머리를 빡빡 밀었더란 말인가? 게다가 그들이 단순히 보통사람들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이 아닌가! 국회의원들이라면, 자신들의 정당인 통합진보당의 해산 절차에 맞서 법리(法理)로서 절차에 맞게 처신하면 되는 것인지, 머리 빡빡 밀면 국민들이 측은하게 여겨 봐주기라도 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통합진보당인지 통진사(統進寺)인지, 대표인가 주지인가 하는 이정희의 빡빡 민 대구빡을 언제나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가져본다.
............................................................................................................................
[이 게시물은 더펜관리자님에 의해 2013-11-07 23:07:31 토론방에서 이동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