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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성일 : 15-08-26 08:28
정부의 남북 협상,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글쓴이 : 주노
조회 : 1,372  
"유감"이 사과냐 아니냐가 논란이다.
유감은 사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과한다"는 말보다 더한 "사죄한다"고 해도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유감도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이었다면 당연히 사과에 속한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가 진정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마도 그들의 체제에 배어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남북 협상에서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는데, 그들의 유감을 얻은 것에 비중을 크게 둘 일이 아니다. 보통 국가 간의 팽팽한 협상에서, 특히 북한과 같은 경직된 국가에서는 유감이라는 수식어를 사과의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관례일 수 있다. 북한은 그들의 말 한마디가 인민들의 심리 변화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을 쉽게 나타내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들의 체제는 경직되어 있는 관계로, 사과나 사죄라는 문구를 사용한다면 통치권자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이 되며, 그것은 곧 국가의 잘못을 대 내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으로 알게 되어 인민들이 국가를 수치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니, 그런 국가가 인민을 일사불란하게 통치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한 번도 '사과' '사죄'등의 표현을 써 본 적이 없다.​ 지금 그것을 가지고 사죄 받지 않았다으니, 협상이 잘못되었다고, 우리 정부나 협상팀을 탓하거나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국민의 정서나 사고방식은 분명 최소한 '사과'는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지만, 북은 말 한마디도 김정은의 지시 없이 썼다가는 아무리 이인자라 하더라도 당장 숙청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체제로써 최고 존엄의 뜻을 거역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잘 했다"고 "잘 되었다"고​ 평가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협상팀이 마라톤협상의 결과물은 우리 국민 정서로는 잘못된 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으니,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그들의 사죄를 받는다는 것은 그들이 망할 때가 아니면 기대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정은의 '뻥'치는 자존심으로 움직이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진솔한 사죄나 사과는, 김정은의 인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뻥치는 자존심을 버리라는 것과 마찬가지니, 그것은 김정은을 우상의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것이다​. 그것은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는 지름길인데 그들이 그 길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한수 접어놓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차피 전쟁 없는 무혈 통일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할 운명이다.
그 그림을 그리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남북의 대화와 이해, 그리고 포용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들 통치세력을 자연스럽게 제거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급작스러운 체제 붕괴보다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숨통을 죄어가는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내부에서 그가 설 곳을 점점 좁혀가야는 길이라는 뜻이다.  ​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국민의 성숙된 일체감이라고 생각한다.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북한 수뇌부의 잘못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 대통령이나 정부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힘이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아무리 협상에 대한 의지가 강하더라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그것을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면 힘을 쓰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여당의 지지와, 번번이 정부의 일에 반대하던 야당도 이번엔 정부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리고 협상팀도 그 정도면 잘 한 일이다. 
사실 우리가 얻은 것도 있다. 우리의 힘을 우리 스스로 확인한 일이 가장 큰 득이고, 언제라도 국민이 하나로 뭉치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또한 전쟁에서의 자신감과 통일에로의 접근 방식의 폭을 넓힌 것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더 상정해 볼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보다, 이겨놓고 싸울 수 있는 무력을 포함하는 국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북은 우리보다 더 큰 소득을 올렸다고 봐야 한다. 불안한 체제 유지의 안정을 얻었을 것이고, 남북 이산가족을 포함한 금강산 관광의 재개 가능성 등, 경협의 폭을 더 넓혀 가며 얻을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국제 사회에 보여 준 것들도 그들의 소득이라 할 것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고립되어서 심히 어려워진 경제를 남북 교류를 통하여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큰 소득이라 하겠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여기저기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고, 올바른 국가경영으로 ​국력을 키워 무엇보다 먼저 국가 존립에 절대 필요한 군의 무력 체계를 확대하고 현대화하여 힘을 갖추어야 한다. 비단 북한과의 대립에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힘의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노력도 지금부터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즉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혹여 미래에 다가올 어떠한 위기도 우리 힘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우리에게 막강한 힘이 갖추어진다면 통일의 길이 앞당겨지는 것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남북문제는 언제나 조심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앞으로의 수많은 협상에서도, 우리의 숙명인 통일문제를 풀어가는 일은 정말 인내력이 필요한 매우 어려운 일이니, 조급하게 서둘거나 일희일비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늘 지금부터 시작한다는 마음 자세로 차분히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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