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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성일 : 15-03-27 10:13
리콴유의 부정부패 척결, 얼마나 갈까?
 글쓴이 : 문암
조회 : 1,389  
얼마전 타계한 리콴유의 최대 업적이라면 단연 부정부패 척결과 파격적 경제도약일 것이다.
경제적 성과로만 본다면 아시아의 四龍으로 불리던 한국 대만 홍콩도 있었으니 이콴유만의 업적이라고 볼 수 만은 없다.  따라서 리콴유만의 독특한 업적이라면 당연히 부정부패 척결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수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부정부패 척결을 요란스럽게 들고 나와 司正의 칼날을 휘둘렀지만 대부분이 태산명동의 서일필 정도로 끝나고 부정부패 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오직 리콴유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만의 독특한 수법이 통했기 때문 이리라.

그의 부정부패 척결이 일정부분 성공했던 요인이라면 부정부패 척결의 첨병이어야할 공무원들의 보수를 퍄격적으로 인상해 주는 대신에 부정부패 행위자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엄한 처벌법규를 적용했던것, 싱가폴이 인구 500만 미만의 작은 도시국가 였던 것 그리고 리콴유 자신이 30여년에 걸친 장기집권을 했기 때문에 그러한 지속적인 정책이 먹혀들어갔다고 봐야한다.

그러나 이와같은 강력한 처벌 만으로 부정부패가 정말로 척결되고 또 영속적으로 재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
 
필자는 아직 리콴유가 총리로 재직하고 있던 1980년대 중반에 싱가폴 국적선의 유조선 선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유조선에서는 전에 적재했던 화물과 종류가 다른 화물을 적재하기 위해서는 각 화물 탱크를 세정(洗淨)해야 하는데 화물을 세정하고난 세정수는 세정수 탱크에 모아두었다가 육상의 바-지선을 불려서 처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17만여 톤의 이 유조선의 화물탱크를 세정하고 생긴 1천여 톤이 넘는 세정수의 처리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이 많은 세정수를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간조시간을 이용해서 바다에 투기할 것을 선주측이 요구한 적이 있었다. 특히 항내에서 유분(油紛)이 50% 이상 섞여있는 세정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것은 重刑에 해당할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크게 물의를 일으킬 범죄행위다.

그래서 이런 요구를 거절했더니, 만일 항만 당국에 발각 되더라도 자신들이 적당히 무마할 터이니 염려 말고 당장 실행하라는 독촉을 해 왔으나 필자는 이를 거절하고 기어이 육상측 바-지선을 요청하여 세정수 전량을 바-지선에 넘겨주고나서 선주측으로 부터는 미운털이 박힌 바 있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싱가폴 유조선이 싱가폴 항내에서 세정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은 과거에도 늘 해왔던 일 이라는 것을 알고는 싱가폴의 부정부패 행위가 정말로 척결되고 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처벌이 가혹하면 가혹할수록 범죄는 줄어든다는 고전적 학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외형상 부정부패는 줄어들지 모르지만 인간의 내면에 내재해 있는 부정을 통해 이익을 챙기려는 원초적인 인간의 심리까지 뿌리를 뽑을 수는 없다.

인류가 존재하는한 부정부패를 완전히 근절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최소화 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방법에는 리콴유 스타일의 정책도 일응 어느정도의 효과는 얻을 수 있겠으나 이는 실상 옳은 방법은 아니다. 형벌을 가혹하게하면 할수록 범죄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발상은 오히려 법망을 피하여 범죄를 저지르려는 욕구를 증폭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상호 불신 사회로 이끌어 인간의 삶의 질을 떨어트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은 범죄에 대한 특별한 가혹한 처벌 법규가 없지만 유럽의 여러 선진국 못지않게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로 알려져 있고 국민들의 준법정신도 대체로 모범적이다.
나는 그 이유를 지난 100여년 전 부터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국민계몽을 꾸준하게 시행해온 결과로 보고있다.
 
일본인들의 보편적 가치로 여겨져 있는 '남에게 폐해를 끼치지 말자' 라는 짤막한 문장 하나만으로도 일본이라는 사회가 어째서 엄격한 형벌제도 없이도 서양인들 마저 부러워하는 부정부패가 적은 나라로 자리매김 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이란 죄진자를 강력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구악을 일소하고...'라는 기치하에 군부거사를 일으켰던 박정희 정권도, 그후 수 많은 정권이 부정부패 척결을 이유로 司正의 칼을 휘둘렀지만 효과는 커녕 부작용만 양산하면서 부정부패는 여전하다.

결국 정답은 일과성의 쾌도난마가 아닌 꾸준한 국민계몽으로 부정부패의 발생율을 최소화하는 모범 국가가 된 이웃나라 일본에서 배워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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