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세월호 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라고 했는데 사실 이는 다소 비약한 겸양의 말씀이라고 믿으며 나는 "세월호 침몰의 최종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통상적인 변침에서 비롯됐다. 그것도 소각도 변침중에....
정상적인 선박이라면 그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전타(轉舵)에 의해서 복원력을 잃고 전복하는 일은 없도록 설계되고 건조된다. 그런데 세월호는 全전타도 아닌 소각도 전타중 선체가 기우뚱 하면서 순간적으로 30도 가량 기울었고 연이어 해수가 선내에 스며들면서 점차로 침몰해 갔다.
세월호는 소각도 전타에 의한 가벼운 힐링(기울림)에서조차 복원력을 잃을 정도로 복원력이 거의 제로 상태에서 인천항을 출항한 셈이며 업친데 겹친격으로 불완전한 중량물의 고박이 낙하 하면서 선체의 전복을 부추긴 셈이다.
결국 세월호가 정상적인 전타에도 견디지 못하고 전복된 셈이므로 실제로 세월호의 전복 원인은 전타가 아니라 그 이전에서 찾아야 한다.
따라서 선체의 개조과정에서 선체의 복원력 감소의 원인을 간과하지 않았더라면, 선급협회 및 감독기관에서 철저한 안전점검을 단행 했더라면, 선사측에서 화물의 過積을 강요하지 않았더라면, 하역회사에서 화물의 고박을 철저히 했더라면, 선내에서 매주 실시하는 안전훈련을 제대로 했더라면 그리고 선체 복원력을 증대시켜 주는 선저 Ballast water(평형수)를 제대로 채웠더라도 세월호의 침몰은 없었을 것이고, 설사 위에서 열거한 잘못들이 있었더라도 본선 운항에 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선장이 선장으로서의 소임을 정상적으로만 집행 했더라도 세월호의 침몰은 없었을것이다.
선장이란 국가 기관이 인정한 자격증 소지자로서 선박의 운항에 관한한 無限 책임자다.
선원법 선박법 기타 선박 운항에 관련된 법규정이 요구하는 선장의 권리 의무의 집행에 관해 어느 누구도 불법을 강요할 수 없고 선장 또한 그러한 부당한 간섭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 선박의 안전운항을 저해할 부당한 화물의 과적(過積) 요구에 대해 그가 비록 船主회사라 하더라도 선장은 이를 거절할 권한이 있고, 선체의 기본적인 복원력을 저해할 그 어떤 강요에 대해서도 거절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이와같은 선장의 권한은 선박의 안전운항과 선박의 효율적인 운항을 해치는 그 어떤 강요에 대해서도 겨절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도 보장되어 있고 그러한 권한은 선장의 의무 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선장은 험난한 황파(荒波)가 기다리고 있는 대양으로의 출항에 앞서 선체의 안전을 점검해야하고 미비점이 있다면 이를 완전하게 복원후 출항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세월호의 경우 외부로부터 어떠한 강압에의한 요구가 있었더라도 선장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 했더라면 단순한 선체의 변침만으로 침몰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었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선체 개조로 인한 지나친 복원력 감소와 화물의 과적에 의한 복원력 감소, 중량화물의 부실한 고박상태 등등에 대해 선장은 사전 점검을 통해 이의 시정을 요구할 권한이 있고 그러한 시정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 된다면 당연히 출항을 거부해야 했다.
증언에 의하면 세월호는 복원력이 상식 이하로 감소되어 있어 (아마도 선체 개조시에 발생한 복원력 감소 인듯) 대각도 변침(최대 35도 변침)은 고사하고 10도의 변침이 필요하더라도 5도씩 나누어서 변침해야 할 정도로 선체의 복원력이 극히 불량한 상태 였다고 한다.
선박이란 예측할 수 없는 각종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대각도 변침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건조된다. 따라서 세월호 선장은 선체의 복원력이 극히 불량한것을 알면서도 출항 전 선저 Ballast를 충수치 않았고 중량화물의 과적을 허용했으며 중량화물의 고박을 점검치 않은 상태에서 출항 했으므로 중대한 직무 유기를 한 것이다.
게다가 선체의 침몰 과정에서 당연히 승객의 인명구조를 최 우선시 해야할 선장이 오히려 승객들을 선실에 남아있도록 함으로서 퇴선을 막아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했으니 검찰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명목으로 선장을 고발 한 귀추가 주목된다.
80년대 초 아직 초대형 유조선(VLCC)이 보편화되기 이전에 필자가 책임을 맡고있던 24만톤급 유조선이 원유를 적재키 위해 페르샤만에 진입하여 積地 도착 하루 전에 화물탱크 내 직경 50cm 크기의 송유관의 연결부(Expanslon joint)에서 누수가 발견 되었다.
아마도 인도양에서 만났던 거친 파도에 의해 Expansion joint내 패킹의 마모에 의한 손상으로 추측됐다. 만일 이러한 상태에서 화물을 적재 한다면 화물의 적양하(積.揚荷) 과정에서 성질이 서로 다른 화물과 화물이 섞이게되어 선주측이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할게 뻔하다. 따라서 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수리를 완료해야하는 긴급한 문제가 발생 했다.
이러한 누수 부위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탱크내에 수리원이 진입 할 수 있도록 인도양으로 다시 나와서 화물 탱크를 세정하고 탱크내 gas free후 수리를 완료해야 하는데 적어도 2~3일간의 운항지연과 연료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24만톤급 유조선의 시간당 체선료(滯船料) 3만불에 2~3일간의 연료소비까지 합치면 선사로서는 예상외의 커다란 운임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래서 본사(일본)의 지시를 타진한 결과 "선장의 의견대로라면 손실이 너무 크니 탱크 세정을 하지않은 상태에서 수리원들이 gas 마스크를 착용하고 탱크내에 진입하여 Deb-con 이라는 접착제를 사용해서 손상된 Expansion joint 부위에 땜질을 하고 화물을 적재하라" 라는 취지의 지시를 해 왔다. 물론 다급한 나머지 잠시 이성을 잃은 듯한 지시 였겠지만 해양국 일본의 최대 船社답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지시에 본인도 당황했었다.
Expansio joint란 문자 그대로 파도에 의해서 선체가 휘청거릴때 마다 300여미터나 되는 송유관이 선체의 휘청거림에 연동 되도록 연결된 이음매 부위다.
그런데 이 부위에 임시방편의 땜질을 한다면 화물의 積揚荷 과정이나 항해중 선체가 파도에 의해서 조금만 휘청거려도 땜질 부위가 곧 파손될것은 필연이다. 따라서 이 joint 부위를 분해하고 새로운 패킹으로 갈아끼워야 하는데 이러한 대형 작업은 다수 인원과 장비품이 투입돼야하고 30여미터 깊이의 화물탱크내 출입과 수리작업에 장시간이 소요되므로 gas 마스크 만을 착용하고 수리작업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인명 사고의 위험성 마져 높다.
선장이 이러한 사실을 전화로 설명 했더니 어려움은 있겠지만 지시대로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보도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Expantion joint의 기능에 대해서 재 확인후 다시 지시를 하라! 새로운 지시가 있을때 까지 기다리겠다" 라고 쏘아붙이고 전화를 끊었는데 대략 20여분 후에 선장의 판단대로 수리를 하라는 재 지시를 받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수리를 위한 운항 지연으로 인해 거액의 체선료를 물었지만 대형의 화물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으니 선사로서도 천만다행 이라며 본선 선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전화도 잊지 않았다.
선장이란 선주 또는 용선주에 의해서 채용된 직장인에 불과하지만 선박의 안전운항과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때로는 임명권자의 부당한 또는 잘못된 지시에 자신의 직책을 걸고 대항 해야할 경우도 가끔은 있다.
선박 운항에 관해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선장의 고독한 결단은 때로는 막대한 재산과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라도 스스로를 버려야할 각오를 해야 한다. 과거 한국해양대학 학생들의 학훈중 '우리의 각오는 바다에 매골(埋骨)' 이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위기에 처했을때 살신성인 하라는 훈도 였던것 같다.
세월호 선장에게는 야속하게 들리겠지만 그는 입이 백개가 있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세월호 운항에 관련된 일에 대해서 그 어떤 누구의 압력이 있더라도 선박운항에 위험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 당연히 거절해야 했고 그래도 안 된다면 당연히 사직당국에 고발해야 했으며, 부하직원들에 대한 지휘 감독 또한 비정할 정도로 철저 해야 했다. 그랬더라면 윗선이 아무리 횡포를 부리더라도 이러한 어차구니 없는 침몰 사고는 발생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퇴역 선장으로서 바라고 싶은것은 선사나 관련기관의 부당한 지시에 맹종하는 선장의 직무유기가 어떠한 불행을 초래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선장들에게 세월호 침몰이 반면교사가 되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4-05-20 10:21:50 토론방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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