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구 하늘공원 증후군
홍경흠
높디높은 하늘공원
가물가물, 파랑새 두 날개 활짝 펴고 훨훨 날고 있다
꾹 다문 부리에서 떨어뜨린 재선충(材線蟲)
몰래 숨어든 배고픈 산짐승처럼 이빨이 빛나고 있다
소나무들 벌건 얼굴로 죽어가고 있다
이젠 숨쉬기조차 버거운 풍경들
또 어디 무슨 일이
가야할 길마저 하나같이 지워지고 있다
솔숲엔 소나무도 바람도 없다고 믿을 때
여전히 바람은 소나무를 보듬고
소나무는 바람과 술래잡기하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생명의 불꽃을 일군다
어디서 흘러오는 안개인지, 자욱하다
먹빛 동굴 같아 먹먹해진 소나무들
짐승들의 얼룩진 소리까지 들려와 몸 움츠리며
불투명한 어제를 후회한다, 재선충은 허파를 갉아먹고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어 비로소 솟는 힘
이 악문 방제 작업,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나온 날들과 지나갈 날들이 서로 어루만지고 있다
잘 있었나, 성스러운 예배의 정원 같은
솔잎마다 햇빛을 헹구어 푸른빛을 쏟아내고 있다
거기 다시 심장을 꺼내들지 않아도 될까?
<2017.푸른문학,여름호-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