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암에서’라는 시를 우연히 접했다.‘여기저기 솟아 있는 점박이 섬들’‘없어도 괜찮을 것 같지만’‘누군가 빚어 놓은 것’그리고‘천길 낭떠리지’라는 시구에서 언어를 다루는 완숙미가 돋보인다. 절대자의 기척 없이도 그분의 숨소리를 들으며 발자취를 헤아리려는, 시를 끌고 가는 힘이 어찌나 센지 식은땀이 난다. 수행자의 얼룩진 편리주의가 태생의 선의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시인은 역설적으로 일갈한다. 그래서 삶을 위한 삶에 언제나 숙연해져야 할 우리들, 세련되고 매끈하게 다듬어진 것이 아니라 투박하고 진지하게 담겨졌기에 고개를 숙인다./홍경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