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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25 06:23
[우윤근] 개헌은 우리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162   추천 : 0   비추천 : 0  
□ 초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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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 윤 근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개헌은 우리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
 
 
1919년 1월 28일 뮌헨대학에서 독일의 유명한 사상가 막스 베버(Max Weber)는 <소명으로서 정치(Politik als Beruf)>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정치’를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을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 만약 지금까지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가능한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도자·영웅이 아니어도 좋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우리나라 정치의 근본 문제점인 ‘제왕적 대통령제’ 야말로 베버가 말하는 단단한 널빤지가 아닐 수 없다. 불가능해 보이는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도전정신이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때라고 본다.
 
다행히도 현재 국회의원 절반에 가까운 148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해 개헌 추진에 동력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헌법을 개정해야하는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경험적 측면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의 의정 경험을 돌이켜 보면, 현실정치에서 국회는 대통령 권력을 향한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벌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즉, 국회는 내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터의 베이스캠프가 되고,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에는 대통령 권력을 대변하는 세력과 대통령 권력을 차지하려는 세력 간에 중단 없는 대회전의 장이 된다.
 
또, 선거의 승자는 전쟁의 전리품을 챙기듯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패자는 죄인 마냥 모든 것을 잃는다. 선거 결과 나타난 유권자의 표심이 51 : 49라 하더라도, 권력 독점은 100 : 0이 되고 만다. 이러한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의 승자독식 구조 하에서는 대통령이 필연적으로 법적 권한 이상을 휘두르게 되어 있다.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 1인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국가의 중요한 문제와 이권이 대통령에게로 다 모이게 되어 있고, 이는 결국 극심한 정쟁과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제왕적 대통령제는 민주주의 하에서 ‘선출된 군주(elected king)’로 군림하며, 현실 정치 하에서 승자독식 구조와 맞물려 제도적으로 보장된 권한 이상의 초월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속성을 갖는다. 이는 헌법이론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경험적 측면에서의 대통령제 폐단이라 하겠다.
 
둘째, 비교법적 측면이다.
 
지난 18대 국회 때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OECD 34개국 중 4개국(한국, 미국, 멕시코, 칠레)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가들이 ‘분권형 의원내각제’ 또는 실질적 의원내각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제를 취하는 선진국들의 경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와 달리 대통령 1인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예컨대, 미국은 국가 출범 당시부터 연방주의․의회 중심주의․사법권 독립 등 다차원으로 분권화되어 있어, 대통령 1인의 권력독점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대통령제 국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프랑스 헌법학자 뒤베르제(M. Duverger)는 “미국 대통령제가 다른 국가에는 진정한 내적 의미의 전이가 이루어지지 않는, 미국만의 폐쇄적인 정치체제”라고 말했던 것이고, 독일의 헌법학자 뢰벤슈타인(K. Loewenstein)도 “미국 대통령제는 미국 이외의 국가로 한 발짝 수출되는 순간 죽음의 키스로 변한다.”고 설파했던 것이다.
 
또한, 경제적 번영을 이루고 있는 나라들의 다수가 의원내각제에 기초하고 있다는 통계 자료도 있다. 2009년 기준으로 1인당 GDP 3만불 이상 국가 24개국 중 대통령제는 미국, 스위스, UAE 등 3개국에 불과하고, 나머지 21개국은 의원내각제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론적으로, 세계 선진 국가들 중 우리나라와 같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셋째, 정치 이론적 측면이다.
 
대한민국은 갈등이 많은 나라로 분류된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OECD 34개 국가 중 터키 다음으로 갈등이 높은 나라라고 한다. 터키는 다민족 국가인데다 종교적 갈등이 역사적으로 심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한민국의 갈등지수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갈등으로 발생한 경제적 비용도 연간 수백 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갈등이 많은 나라의 권력구조는 어떤 형태가 바람직한가?”
 
많은 학자들이 이론적 분석과 실증적 분석을 이미 마쳤다. 갈등이 많고 분열된 사회에서는 다수결주의에 의한 소수파의 배제가 오히려 더 큰 갈등과 불안정을 야기하기 때문에 실질적 민주주의 구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갈등이 많은 나라일수록, ‘all or nothing’의 <다수결 민주주의(majoritarian democracy>가 아닌, <협의 민주주의(consociational democracy)>를 선택하는 것이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에 적합하다.
 
미국 UC San Diego 정치학과 연구교수인 레이파트(Arend Lijphart) 역시 유명한 논문 「분열된 사회를 위한 헌법 구조(Constitutional design for divided societies, 2008)」에서 “균열이 심한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협의주의를 채택하는 길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나라도 ‘다수결 민주주의’라는 갈등 유발형 정체(政體)를 근본적으로 바꿔 ‘협의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해야하며, 이러한 ‘분권형 개헌’이야말로 우리 정치개혁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확신한다.
 
 
<프로필 >
 
- 변호사, 법학박사, 수필가
- 現 3선 국회의원 (전남 광양ㆍ구례)
- 現 새정치민주연합 원대 대표
- 現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사
- 現 소통과 상생을 위한 헌법연구모임 대표
- 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前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 前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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