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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0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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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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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으론 더 이상 안 된다
 
- 60년 전통 야당의 주류적 흐름에 합류할 때


조주현 서울대 강사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위기다. 18대 대선 패배를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반성과 혁신을 하겠다는데, 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하는 말이 생각나는 것일까. 반성과 쇄신을 하려면 방향과 철학이 제대로 서야 하는데 그게 없기 때문이다. 설사 방향과 철학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권력의지로만 가득 차있으니 진정성이 보일 리 없다.

패배보다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

민주 사회에서 선거의 승패는 병가상사(兵家常事)라고 할 수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바와 같이 ‘교대로 통치하고 통치받는 것’이 민주정치의 특징 아니겠는가. 따라서 패배를 했다는 사실보다 패배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무엇인가. 대선 패배 후 갖은 논란 속에 비대위원장 선출조차 22일을 끌어오더니 수습은커녕 계파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혼전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뒤늦게 비대위를 출범하면서 피를 토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토할 피가 없다거나 깎을 뼈가 없다”는 말이 들린다. 또한 대선을 주도한 세력에게 패배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하더니, 당분간 자숙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책임지는 것이라고 한다.

심정 윤리만 알고, 책임 윤리는 모르는 것일까. 혹시 비록 졌지만, 야권사상 최대인 1469만표, 48%의 지지를 얻었으니, 사실은 진 게 아니라거나 혹은 재수가 없어 억울하게 졌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까. 위기의 민주당이 대선결과를 처절하게 반성한다며 실시하고 있는 ‘회초리 민생투어’가 박근혜의 천막당사와 너무 비교가 되는 건 왜일까.

여기서 잠시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을 살펴보자.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이 그 핵심내용인데, 삼강령은명명덕(明明德), 친민(親民), 지어지선(止於至善)이다. 그리고 바로 뒤에 다음 문장이 이어서 나온다.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 즉, 머물 곳을 알아야 방향이 정해지고, 방향이 정해져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야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해야 얻음이 있다는 뜻이다.

결국 지선(至善)에 머물 줄 알고서야 방향과 정체성이 생기고 심의(審議)도 가능해지며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고는 사물처럼, 일도 그 시작과 끝을 제대로 알아야 도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物有本末事有終始知所先後則近道矣).

좌경화 이후 상실했던 60년 전통의 야당 정체성

시대정신은 우리 편이라며, 무조건 이길 것만 같았던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왜 참패했는가. 혹시 지선(至善)에 머물 줄 아는 시작은 소홀히 한 채, 그 끝인 얻는 데만 지나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얻는 것도 권력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열매만 떠올린 것은 아닐까. 정당이라면 무릇 정치적 이념과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들의 정책노선과 정당성을 떳떳하게 주장하고 국민들에게 설득과 소통을 통해 다가가야 한다.그런데 진보 정당으로서 집권 10년과 60년의 전통을 가진 민주당은 오히려 정체성 상실과 기회주의적 노선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말았다. 어떻게 해서든 선거에 이겨 권력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권력의지’에만 매몰돼 종북(從北)과 반미(反美) 등 좌경화 노선으로 갈지자 걸음을 하면서, 그동안 수권정당으로서 표방해왔던 자신들의 정체성과 정책노선은 스스로 흔들리고 말았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후유증이 유독 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체성을 지키려는 일관된 노력과 주장이 있었다면, 지더라도 명예로운 패배가 되었을 것이다. 비록 결과는 패배하였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더욱 똘똘 뭉치는 계기와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역사가 말해주듯이, 언젠가는 민주당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며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치열한 자기반성과 함께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정당의 모습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번 대선 패배에 대하여 치열하게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당권 경쟁과 ‘네 탓’, ‘남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선평가위원회, 정치쇄신위원회 등 여러 위원회가 있지만 친노, 비노간 이해관계로 어느 것 하나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으며, 내년 4월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차기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 벌써부터 혈안이 되어 있다.

당이 아닌 계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에서 수권 정당으로서의 초당적인 국익조차 기대할 수 있을까. 내가 변하지 않고 국민을 제대로 설득시킬 수 있을까.친노의 핵심 이해찬 전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태년 의원은 대선평가보고서에서 대선패배의 원인은 안철수 탓이라고 결론지었다. 언론에서 제기되는 안철수 신당론에 대해서도 야권 반성의 경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악마의 유혹”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민주당의 현주소다. 사실이번대선에서민주당의패배는예견된일이기도하다. 2010년지방자치선거, 2011년보궐선거, 2011년서울시장선거등세번의선거승리로민주당은나르시스적인자기탐닉에빠졌다. 세번의연이은승리로야당의존재를국민에게각인시킨계기를만든것은분명하나, 그것은정권심판론이나정권견제론이위력을발휘한것일뿐자력으로승리한것은아니었다. 즉, 민주당이특별히잘해서승리의꽃다발을안긴것이아니라정부․여당에경고음을낸 것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표출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승리에 도취되었다. 19대 총선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누리당의 승리로 민주당은 성찰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시하였다. 총선 패배 직후 민주정책연구원 평가서에서 친노 그룹의 문성근 대표대행은 “민주당은 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외 다른 보고서는 묵살되었다고 한다. 정작 들어야할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들은 것이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친노 세력이 주축이 되었던 이번 대선에서의 패배를 거울로 삼아 ‘포스트 노무현 시대’에 걸맞은새로운 비전과 이념을 개발함으로써 미래의 대안세력이 될 수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명실공히 수권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노무현 시대’로 회귀나 ‘노무현 향수’를 되살리는 데 정력을 쏟아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상황인데 이른바 ‘우리민족끼리’로 표현되는 ‘실체 없는 평화’와 ‘반미’를 계속 부르짖을 것인가. ‘민주 대 반민주’의 이분법적 시각으로 사회 분열을 방치하면서 이미 냉정하게 심판 받은 ‘좌경화 노선’을 계속해서 집착할 것인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거늘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만 북한 핵실험 규탄 성명에 결의를 거부했는데도, 여당과 합의한 종북 국회의원 제명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종북 세력과 유리하면 껴안고 불리하면 발뺌하거나 딴청 하는 것이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이 할 일인가.

현자는 방황을 하지 않고 여행을 한다고 한다. 방황과 여행, 무슨 차이일까. 앞서 언급한 대학의 가르침에 그 해답이 있지 않을까. 자기자신을 성찰하는 여행과 방향성을 상실한 방황은 큰 차이가 있다. 하루 빨리 민주당이 방황을 멈추고 성찰을 제대로 하여 국정의 파트너십)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한층 더 성숙하게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롭게도 우리는 독재 국가 북한과 달리 민주주의 국가다. 선거를 주기적으로 함으로써 보다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치인과 정당의 모습을 제도적으로도 기대할 수 있다.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정도(正道)를 실천한다면 언제든지 재신임의 기회가 열려 있다. 얼마 안 있어 치르게될 보궐 선거의 결과가 그 여부를 말해줄 것이다. 과연 민주당이 반성과 혁신을 진정성 있게 제대로 하여 60년 전통의 정체성을 되찾을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출처: 굿소사이어티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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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펜관리자 13-05-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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