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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05 11:51
보수주의는 무엇이며, 보수주의자는 누구인가?
 글쓴이 : 주노
조회 : 3,837   추천 : 1   비추천 : 0  
1. 진보와 보수
 이념으로서의 보수주의는 무엇인가? 보수주의자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지난 세기의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가 오늘날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 용어는 오늘의 정치 현실을 잘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것 같다. 진보라는 용어는 그것이 명확하게 무엇을 가리키는지를 밝혀주지 못한다. 보수라는 용어 역시 진보에 대한 대항적 의미 외에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민주주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진보라는 용어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인간 이성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토대로 한 낭만주의적인 태도와 그러한 태도의 정치적 표현을 가리키는 정도로 생각된다.
 
2. 진보라는 상표?
 해당 정치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 주장을 하는지와는 관계없이, 자신을 진보라고 칭하는 정치 진영이 사람들을 포섭하고 자기 진영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표장(標章)이 진보이고, 정치적으로 반대 진영을 그들이 보수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그들을 보수라 부르는 것이 현실에서의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의 사용례이다. 민주주의의 경험은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가 진영을 단순하게 둘로 나눌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판매촉진을 위해서 상품의 실제 품질 보다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상표들처럼, 진보와 보수라는 표장은 그 진영이 추구하는 이념과는 상관이 없다. 서로 다른 진영이라는 구별 표시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3. 사회주의
 추구하는 이상과 이를 위한 종교적 헌신으로 구성된 것이 이념이라면 대표적인 것은 사회주의이다. 이념은 추구하는 이상의 결과물로서의 이해관계와 관련된다. 사회주의자는 사회라는 공간을 전제로 계급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특정 계급이익의 대변과 구현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것으로 주장되어 지는데, 다원화되고 개인화된 오늘의 사회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계급의 이익을 찾을 수 없으므로 특정한 계급과 이익을 대변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와 보수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사회주의는 국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관료체제가 없으면 존속할 수 없기에 국가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서 지속적인 정치과정(혁명)을 요구하는데, 이런 면에서 사회주의는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있으며, 그러할 때에 사회주의는 가장 탈이념적인 것, 방법 자체로 보인다. 남는 것은 태도이다. 어떤 면에서 사회주의적 심성의 근저에 놓여있는 것은 계몽주의 시대의 인간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세상을 향한 변혁의 열정으로 표현되는 정치적 낭만주의가 아닐까?
 
4. 애국주의
 공화주의는 정체에 관한 정의이고 그 이론적 토대를 자유 또는 스토아철학의 덕성에서 찾기 때문에 보수주의로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실을 보면 보수주의라고 일컬어지는 경우의 대부분은 애국주의(patriotism)를 가리킨다. 권력획득을 추구하는 현실 정치가들이 아니라 생업에 종사하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있어서 현재의 정치현실이 억압적이지 않는 한은 예견가능한 공화국내의 삶이 계속 유지되리라는 소망은 국가에 대한 애국심으로 표현될 것이다. 국가가 없으면 존속할 수 없는 사회주의자들이 애국심을 보수주의로 칭하면서 비난하는 것을 좋게 보면 그것의 보수적인 측면과 국가내에 한정된다는 비보편성 때문이겠지만, 나쁘게 본다면 제국주의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5. 자유주의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이상으로 하고 사회의 개량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자들이야말로 진보세력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진보진영의 운동가들을 자유주의로 규정하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자유주의가 진보진영의 적으로 일컬어지는 것은 아마도 자유주의를 경제적 자유주의로 인식하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의 사회주의자들은 자유주의 혁명을 겪지 않았기에 개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자유주의를 다르게 이해한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의 충돌로 보이는 전장에서 진정한 대립은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간에 있다. 국가권력을 둘러싼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다툼에서 사회주의가 자유주의를 적으로 규정할 때에 자유주의는 보수진영에 위치하고 보수주의와 혼동된다. 혼돈에서 벗어나려면 자유주의는 laissez faire 이상의 철학을 구비하고 자유주의가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6. 현실과 회의주의
 한국의 현실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진영과 대치하는 상대방으로서의 보수주의는 애국주의와 자유주의이다. 진보진영에 속한 사회주의적 심성을 가진 자들이 보수진영을 비난하는 일면은 종교성의 부재를 탓하는 것인데(그들은 세속적이다), 이유가 있다. 경험을 통해서 습득한 인간과 역사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낙관적인 낭만주의를 배격하는 회의주의자를 만든다. 한편으로 진보를 자처하는 자들의 자코뱅적 전제주의와 내적 제국주의에 대한 혐오가 회의주의를 심화시킨다. 회의주의자들이 자생적 사회질서의 패러다임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어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할 때에 자유주의자로 개종하지만, 소극적으로 현실에 대처할 때 보수주의자가 된다. 보주주의에 머무르는 회의주의자의 강령은 진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미래의 개선을 추구하기 보다는 기존 질서의 권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써 현재에 안온히 거하면서 현실을 따르는 보수적 태도를 취한다. 탈근대의 오늘날 사상 대립 구도의 실제는 아직도 계몽주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낭만주의자와 회의주의자간의 대결이 아닐까?
 
7. 보수주의와 보수주의자는 누구인가?
 다시 18세기로 돌아가서 보수와 진보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음은 개인의 확장과 사회의 분화로 다원화된 오늘날의 상황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날 보수주의는 존재하며 그것은 가능한가? 누가 보수주의자인가? 이러한 질문의 배경에는 세계화의 진행으로 인하여 국가의 존속이 의심받는 상황가운데서도 기존 정치가들과 관료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국가가 있다. 국가가 존속할 수 있다면, 그것이 시민생활의 기반이 되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라면 사회주의, 자유주의, 보수주의자들간의 종래의 전쟁은 계속될 것인데, 상대방으로서의 소극적 역할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보수주의를 다시 개념지어야 할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익힌 회의주의와 인간의 자기보존의 근본적 욕구를 결합하고 그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자유주의의 열정을 가미하면 일단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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