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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16 10:22
후목분장(朽木糞牆)의 윤창중
 글쓴이 : 아라치
조회 : 3,706   추천 : 1   비추천 : 0  
● 공자의 제자 중에 재여(宰予)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공자의 제자 중에 어학(語學) 실력이 뛰어났다. 특히 춘추시대 당시 여러 지역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기 때문에, 공자가 13년간 주유열국(周遊列國)을 할 때, 공자를 수행하며 통역 등의 일을 많이 맡았다. 그러나 여러 기록을 보면 그는 공자가 매우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제자 중의 한 명이었다.
 
공자에게 삼년상(三年喪)이 너무 길다면서, 1년만 거상(居喪)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질문했다가, 재여는 부모가 삼년동안 제대로 안아 키우지도 않았던 것이 아니냐면서, 한마디로 후레자식이라고 혼줄이 난 적도 있었다.
 
재여는 공자가 강학(講學)할 때, 툭하면 졸기 일쑤였다. 그에게 실망한 공자는 “썩은 나무로는 조각할 수 없고, 똥으로 쌓은 담장은 손질할 수 없다(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杇)”라고 하면서 “내가 처음에는 남에 대해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믿었으나, 이제 나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듣고 그의 행실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다(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라고 하였다.
 
공자의 이러한 말에서 후목분장(朽木糞牆)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이는 썩은 나무와 똥으로 만든 담이라는 말로, 구제불능의 인간을 비유하는 말이다. 나는 이번에 윤창중 사태를 보면서, 윤창중이야 말로 후목분장(朽木糞牆)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실수를 실수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고치려 들지 않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실수이다. 윤창중은 분명히 큰 실수를 했다. 그러나 그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거짓말로 일관했다. 심지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받았던 조사내용에 대해서도 ‘날조된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한 말마저 뒤집었다.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계시는 청와대를 향해 날조된 이야기나 퍼뜨리는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통령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정말 모르겠다”라고 한 것을 보면, 대통령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마치 공자가 재여(宰予)에 대해 실망하면서, 세상의 평판(評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을 인식한 것처럼 말이다.
 
● 혹자는 윤창중의 재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전화위복과 새옹지마의 성어를 거론한다. 그러나 윤창중은 이미 그러한 기회를 놓쳤다. 그가 진정으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면,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그러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모든 법적 책임을 다 지겠다’라고 말했어야 한다. 그러나 거짓말만 늘어놓은 윤창중은 여전히 두문불출하면서 살아날 궁리나 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제불능의 후목분장(朽木糞牆)일 뿐이다.
 
공자는 인(仁)을 세상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인(仁)이란 사람과 사람 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실천해야 할 기본윤리를 말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인(仁)의 시작이다. 윤창중은 바로 이러한 인(仁)의 덕목을 일찌감치 내팽개친 사람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막말을 늘어놓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는 그 어느 편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다만 문제는, 보수가 아닌 극우(極右)가 문제이고, 진보가 아닌 극좌(極左)가 문제인 것이다. 소위 ‘꼴.통’이라고 하는 이러한 극단주의자들이야 말로, 우리사회의 후목분장(朽木糞牆)일 뿐이다. 이러한 인간들만 아니라면,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적당히 경쟁하고 화합하면서 우리 사회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윤창중이 그동안 보여준 극우(極右)의 ‘꼴.통.짓’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윤창중을 기용하였다. 그리고 이번에 스스로 가슴을 치고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 극단적으로 편향된 이념을 가진 사람들, 막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은 애초부터 싹이 노란 인간들일 뿐이다. 설령 능력은 갖추었는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대통령께서는 이러한 후목분장(朽木糞牆)을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고, 상식을 갖춘 사람, 국민들로부터 보편적인 지지와 성원을 받는 사람을 기용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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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노 13-05-17 00:31
 
이동훈님, 이런 글을 내놓으시다니 참으로 기쁩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바로 혜안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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