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을 주장하며 단식 농성중인 한국당 원대대표 김성태가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네이버의 뉴스에는 순식간에 13만여 개의 악플과 김성태를 조롱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친문 극성 지지 세력이 총출동하여 악성 댓글을 대량 생산했기 때문에 나타났던 현상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여론이란 소수의 극성지지 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조작되고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 현장인 셈이다. 민주당의 어떤 국회의원은 김성태의 폭력 사태는 자작극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으니 악플이 달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 반대의 현상도 있었다. 드루킹 댓글조작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가 경찰에 출두하면서 한국당을 꾸짖는 장면에는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리기도 했으니 이 현상은 현존하는 최고 권력실세의 권세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한 장면이기도 했다. 김경수의 황제 급 경찰 출두는 마치 조선시대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킨 공으로 3대에 걸쳐 2인자로 군림했던 한명회를 연상시키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날 김경수는 경찰에서 23시간 조사를 받았다.
김경수는 성실하게 조사를 받고 해명을 다했다고 했지만 실제 그가 받은 조사시간이 얼마가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야당의 지적대로 귀빈대접을 받고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김경수가 아무리 혐의를 부인하고, 경찰이 김경수의 변호인처럼 해명해도 김경수와 드루킹이 수차례 직접 대면했던 사실만큼은 숨길수가 없다. 더구나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은 2016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으니 이들이 만나서 무슨 대화를 나누었으며, 어떤 계획을 도모했는지 특검이 아니고는 현재의 경찰 수사 행태로서는 결코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해 3월 한 달 동안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했던 기사 주소만 3190개를 텔레그램을 통해 김경수에게 보냈던 것으로 밝혀졌고, 드루킹이 김경수에게 주기 위해 경공모 회원으로부터 3천만 원을 모금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밝혀진 것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는 보통 사람의 상식을 뛰어넘는 특별한 사이였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관계를 캐내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가 있다. 또한 경찰이 수사를 거듭할수록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은 매우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으며 이 사건에 관련된 혐의자도 30여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만큼 활동무대도 컸고 대규모로 움직였다는 정황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경수의 휴대폰도 압수 수색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마쳤고 신분도 피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신분에 불과했으니 오히려 경찰이 김경수를 대신하여 증거 인멸을 해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마저 든다. 드루킹 일당의 범죄 혐의 중에는 대선을 앞두고 댓글 조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킹크랩 서버까지 구축하여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대선 전에 일어났던 댓글 조작 활동은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투로 얼버무리고 있으니 경찰의 수사만으로는 드루킹 일당이 일으킨 댓글 조작 사건의 전모(全貌)가 과연 밝혀질 수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새로운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에 비하면 2012년 대선 때 불거졌던 국정원의 댓글 사건은 그야말로 코끼리 비스킷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댓글 내용도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글이 대부분이었고 활동했던 공간도 마이너 급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현 집권 세력은 생난리를 치며 5년 내내 중탕을 해가며 정권을 획득하는데 미끼로 활용하여 성공했다. 이런 방법으로 집권한 세력이라 특검이 성사되어 댓글조작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의 실체가 까발려져 김경수를 비롯한 현 정권과의 관계가 소상하게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집권세력이 특검 수용조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을 내세웠다는 그 자체가 차라리 특검을 안 하겠다는 의미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나올수록 특검의 필요성과 당위성만 점점 더 높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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