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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08 17:15
김정일과 김정은의 전매특허,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
 글쓴이 : 한신
조회 : 1,391   추천 : 1   비추천 : 0  
북한이 핵 개발로 인해 궁지에 몰릴 때마다 들고 나오는 단골메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상습적으로 읊조리는 말이다. 과거,김대중과 노무현을 비롯한 숱한 좌파성향 정치인들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에 고무되어 북한은 핵을 개발한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다는 투로 북한을 대변하기에 여념이 없었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북특사단 단장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역시 주목할 만한 발언이라면서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김정은을 대변하는 것을 보거나 추미애를 비롯한 좌파정치인들이 평화보따리를 들고 왔다고 설레발을 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그때 그 모습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유훈 발언은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나온 발언으로 봐야 한다.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과거에 숱하게 써먹었던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급하고 초조한 쪽은 김정은이 분명한데도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평화가 마치 목전에 와 있는 것처럼 들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더 아슬아슬하게 보인다. 북한이 수십 년 간 목숨을 걸다시피 개발해온 핵과 미사일을 김정은의 유훈 한마디에 사라질 것 같았으면 저들은 처음부터 전 세계를 기만해가며 핵개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그 어떤 사탕발린 소리를 지껄여도 조선의 핵 보유는 정당하며 그 어떤 시빗거리도 될 수가 없다는 노동신문의 논조가 진실일 것이다.
 
지난 199410, 미국과 북한 간에 체결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개발 포기, 미국과 북한의 수교, 북한에 대한 에너지 공급이 주 내용이었다. 이때도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 합의서는 2003년 들어 전격적으로 파기되었고 북한은 핵개발을 진행했다. 두 번째 합의는 20059월에 있었던 6자회담 끝에 나온 9.19 공동성명이었다. 이때도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약속하고, 이른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의 보장, 감독으로 복귀할 것을 약속했다. 이때도 김정일은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레퍼토리를 사용했다.
 
또한 9.19 공동성명에는 한반도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들도 들어있었지만 뭐 하나 이행된 것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처럼 북한과는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단어를 사용하여 맺은 협정이라도 돌아서면 언제나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고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 진행시켜왔다. 따라서 김정은이 밝힌 비핵화 논의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조건하에서 한,미 훈련중단이나 미군 철수를 전제로 군축회담을 하자는 뜻으로 읽혀지는 발언이 아닐 수가 없다.
 
김정은의 발언 중에 가장 황당한 발언이 북한이 핵과 재래식 무기로 남측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발언이다. 북한은 언제나 핵개발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은 남한을 겨냥하지 않는다면 사용할 곳도 없다. 따라서 마치 골목 깡패가 지나가는 순진한 이런 아이에게 이제부터는 때리지 않을 테니 앞으로 고분고분하게 대하라고 시혜를 베푸는 식이어서 참으로 어이가 없을 정도다. 더구나 이런 소리를 듣고도 대꾸한번 못하고 손뼉만 치고 돌아와 김정은은 통이 크고 대범하다고 상찬을 하는 것을 보면 대남특사단인지 대북특사단인지 도대체 분간이 되지를 않는다.
 
김정은은 이런 말도 했다. 4월말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 와서 남북정상회담을 할 것이며, 미국과도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은 번지러하게 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발언은 위장 전술의 일환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대북특사단에게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만 했지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해서는 끝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주지하듯, 북한은 지금 극한의 코너에 몰려 있어 지푸라기도 잡아야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완성되기 까지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김정은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작년부터 그 시한을 금년 4~5월로 예측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자존심과 배알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이 고비를 넘기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제시한 전격적인 미소작전은 상황이 그렇게 환경을 조성한 탓이지 고모부와 이복형조차 무자비하게 참살하고 독살까지 하는 김정은이 평화에 대한 무슨 개념이 있다고 유화 제스쳐를 취했겠는가, 이처럼 김정은이 파격적으로 나오는 데는 위기를 모면하고 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본능 때문일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조금만 더 숨통을 조이면 끝장을 보기가 수월할 일인데도 무슨 대단한 성과를 가져 온 듯 헬렐레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표정을 보노라면 마치 김정은의 산소호흡기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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