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함께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의 뇌물죄 혐의가 모두 일치한다고 봤다. 이른바 경제공동체의 완성이었다. 그래서 592억 2800만원을 뇌물로 엮었을 것이며 특가법을 적용하여 벌금액을 2배로 산정했을 것이다. 참으로 정권의 충견다운 검찰의 구형이었다. 정권차원에서 어차피 정치재판, 인민재판을 통해 죽이기로 결정했다면 얼마의 벌금을 책정한들, 또 30년 징역형이 아니라 300년 징역형을 구형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하여가(何如歌)로 들렸을 국민도 많았을 것이다.
검찰이 논고를 통해 그 어떤 논리와 법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한 푼의 뇌물도 직접 받은 것은 없고 검찰이 수뢰액으로 엮은 592억여원 상당에 달하는 금액도 전부 K재단과 미르재단에 있으니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1185억 원의 벌금을 내야하는 이 현실이 바로 정치재판 따른 전형적인 구형이 아니고 무엇일까, 만약 현 정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재단에 들어 간 돈은 공익적 사업에 사용될 공금의 성격으로써 뇌물이 아니라고 구형했을지도 모른다.
어제의 재판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는 국선변호인들의 변호 내용에 있었다. 변호인들의 변호 내용을 요약해 보면 검찰의 구형 논리가 얼마나 정치적인 기준으로 작성되었는지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 변호인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로 재단 출연을 한 것은 결코 아니었고 전경련 차원에서 기업들이 모두 출연해 참여했다면서 기업들은 뇌물공여자라는 선택지보다는 ‘피해자’가 더 나은 선택지였을 것”이라고 했고, 사건의 실체는 강요도, 뇌물도 아닌 정경유착의 사례에 그친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형사 처벌돼야 사회정의가 세워지고, 적폐가 청산되는 것도 아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출연금을 냈다가, 뒤늦게 두려워서 냈다고 회피하는 기업들을 피해자로 인정해선 안 된다”고 했고. “우리가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이제는 피고인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했던 모든 일까지 없던 것으로 치부하고 감옥에 가두고 평가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다”고 변호를 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개별 기업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만으로 강요죄의 협박을 인정한다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선의로 추진한 것일 뿐 사리사욕을 추구하려 한 게 아니다. 측근의 잘못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정치적, 도의적 비판은 받을지언정 박 전 대통령의 행위를 모두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유라 1인만을 위한 게 아니라 올림픽을 대비해 승마선수들을 지원한 것일 뿐, 대통령이 측근을 위해 사명감을 다 버릴 정도로 도와줘야할 이유가 뭐였는지 입증할 증거는 하나도 없다, 추측일 뿐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변호인은 ’이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형사재판까지 간 역사적이고 중대한 재판이고, 박 전 대통령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과반대로 정치적 판단이라는 여론, 앞서 많은 판결에 있어 결론이 정해져있다는 여론도 있으니 훗날 역사에서 평가할 때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했구나 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면밀히 살펴달라”고 변론했다. 어제 저녁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나온 한 변호인은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은 뚜렷한 증거도 없이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만 가지고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결코 틀린 지적이 아니었다. 이날 변호에 나섰던 변호인들의 주요 변론을 소개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변론 내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