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토론방]
 
 
작성일 : 18-01-20 12:09
극세척도(克世拓道)할 의지가 없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글쓴이 : 한신
조회 : 1,925   추천 : 1   비추천 : 0  
대선 레이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가진 날이 201722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 하루 전만 하더라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찾아다니며 보수 빅텐트를 모색하던 유력한 후보자가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해 정국을 맞아 그나마 보수층의 대안이라고 여겨져 왔던 반기문의 중도 출마 포기 선언은 문재인 후보에게는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었고, 보수층에는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날 이후, 문재인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상승세를 계속 유지할 수가 있었다.
 
그 당시, 반기문의 사퇴에 대해선 여러 가지 추측과 해석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권력 도전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는 것도 사퇴의 원인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특정인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본인의 권력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국민들은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을 두 번이나 지냈을 만큼 관록을 지녔으니 권력에 대한 의지가 대단히 강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지지자도 상당했다. 그러나 반기문은 차려주는 밥상은 멋지게 먹을 줄은 알았지 모진 풍파를 헤쳐 온 정치인이 아니었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의 무차별적 공격에도 끄떡없이 되받아 칠 수 있는 강단과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반기문은 그런 모습을 끝내 보여주지 못하고 주저앉고 말아 결과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 반기문이 사퇴를 선언할 무렵에는 반기문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이것이 반기문 사퇴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론조사란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등락을 거듭하는 속성이 있는데다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의 여론조사는 대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기문의 중도 사퇴는 대단히 경솔한 결정이었다.
 
만약, 반기문이 중도에 사퇴를 하지 않고 자신을 보수층의 단일후보로 추대를 받는데 탁월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었다면 어쩌면 대선 결과는 지금과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반기문의 정치 입문은 이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대선에서 문재인이 당선되자 반기문은 작년 62일과 912,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문재인과 회동했다. 이 회동을 두고 정치권 참새들은 문재인 당선을 도운 특급 도우미와의 회동이라면서 입방아를 찧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반기문은 문재인 정권이 북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정권이라는 것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반기문은 지난 17,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여 작심한 듯 말문을 열었다. 이날 있었던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북한의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에 만족한다면 그것은 열흘도 못 갈 굴종적 사이비 평화에 불가하며 그것은 민족주의적 순진성에 빠진 문 정권때문이라고 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되므로 미증유의 압박과 제재를 계속 가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강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문재인의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한 발언이자 주사파 정권임을 직시한 발언이기도 했다.
 
이날 반기문은 이런 발언도 했다. ‘북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검증할 수단도 없이 정례적인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말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비판한 것은 문재인의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을 비롯한 청와대에서 문재인을 보좌하고 있는 주사파 참모들에게 날리는 직격탄으로 들기에 충분했다. 반기문의 발언은 현 정국상황을 제대로 본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반기문의 발언은 때 늦은 감이 있다. 이와 같은 발언을 하기 위해서는 반기문은 대선을 완주해야 했다.
 
만약, 반기문이 끝까지 완주 의지를 밝혔다면 보수단일 후보로 추대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반기문의 불출마 선언은 보수층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고, 보수 후보들이 제각각 출마하게 만드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했으며, 문재인 후보가 독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보수층에게는 갚을 수 없는 채무를 안겨준 결과만 만들고 말았으니 이것이 반기문의 한계였다. 반기문은 사퇴의 변으로 국가 통합을 이루려고 했던 순수한 뜻을 포기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자신의 희망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정치상황을 보면서 불출마를 선언했던 그 당시,  극세척도(克世拓道}를 하겠다는 자신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Total 5,68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비추천
5545 청와대 상전으로 군림하는 무소불위 민노총, 한신 11-24 2072 0 0
5544 저질 정치판 속 빼닮은 김명수체제의 사법부, 한신 11-22 2063 0 0
5543 가장 "광주스럽게" 변질된 광주형 일자리, 한신 11-20 2008 0 0
5542 혜경궁 홍씨를 연상시키려다 덜미가 잡힌 혜… 한신 11-18 2129 0 0
5541 남 잘되는 꼴을 보면 배 아픈 인간들이 많다. 소담 11-16 1742 1 0
5540 미친 강남아파트 가격 부실정치의 결과물이… 소담 11-16 1752 1 0
5539 정계 퇴출 대상자들의 허무맹랑한 발언을 접… 한신 11-16 1756 0 0
5538 미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것이 그마나 다행… 한신 11-14 1778 0 0
5537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소담 11-12 1693 0 0
5536 김동연이 일찌감치 자진 사퇴를 했었다면,,, 한신 11-12 1606 0 0
5535 "협력이익공유제"라니, 이 무슨 뚱단지 같은 … 한신 11-09 1568 0 0
5534 정치 현실의 언덕에 서서... 주노 11-08 1546 0 0
5533 박수와 지지소리에 정부는 들뜨지 말라 소담 11-07 1634 0 0
5532 리선권의 독설에서 감지되는 북한 인권, 한신 11-07 1535 0 0
5531 붉은 완장을 찬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대법관… 한신 11-05 1571 0 0
5530 북한간부 구명을 위한 가짜뉴스로 만들기 대… 앗싸가오리 11-03 1586 0 0
5529 이제서야 한국당이 한건하네 그랴 (3) 앗싸가오리 11-03 1461 0 0
5528 진단도 틀렸고, 처방도 틀렸던 문재인의 국회… 한신 11-03 1465 0 0
5527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 한신 11-01 1423 0 0
5526 이런 걸 제대로 된 일자리라고 내 놓았나? 한신 10-30 1367 0 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