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토론방]
 
 
작성일 : 18-01-17 13:22
조국이 발표한 "권력기관개편"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글쓴이 : 한신
조회 : 1,700   추천 : 1   비추천 : 0  
지난 14, 청와대 민정 수석 조국이 비장한 모습으로 나타나 검찰과 국정원을 무력화시키는 권력기관 개혁방안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조정해 경찰에 넘겨주되 1차 수사 단계에서 검찰이 더 이상 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2차적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중요 사건 수사도 경찰이 맡을 수 있게 했다. 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빼앗아 경찰 산하에 신설될 가칭 안보수사처로 이관시켜 경찰의 몸집을 공룡처럼 불리게 했고 공수처까지 신설하여 검찰을 핫바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면서 조국은 문재인 정부는 권력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면서 특성에 맞게 전문화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했지만 이 소리는 미친개가 짖어대는 소리에 불과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전문가가 수사를 해도 간첩을 잡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수사 경험도 없는 경찰에게 넘긴다는 것이 특성에 맞는 전문화인가,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요 꼼수다. 또한 정무 수석비서관에 불과한 조국이 국회에 만들어진 사법개혁위원회를 무시하고 건방지게 국가권력기관 재편 운운하며 발표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이 개혁안이 문 정권의 역작(力作)임을 강조할 때는 자신이 마치 조선(朝鮮)개국을 설계한 정도전 급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문재인 정권이 권력기관을 개혁하고자 하는 목적은 권력 기관끼리 충성경쟁을 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사법고시를 패스하지 못한 열등감이 상존해 있을 조국이 엘리트들의 집단인 검찰을 좋게 봐 줄 일은 만무한 일인 만큼,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주인을 물어뜯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권력기관 개편을 통해 힘을 확 빼놔야겠다는 개인적인 사감도 작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국정원의 고유권한인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고 국정원은 정보수집 활동만 하도록 만든 것도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쌓여있는 구원(舊怨)에 대한 복수무정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검찰에서 빼앗아온 1차 수사권과 국정원에서 빼앗아온 대공수사권을 14만 경찰에 이관 시키겠다는 것을 보면 경찰 길들이기를 통해 권력 앞에 꼬리를 살살 흔드는 푸들강아지로 만들기 위한 정치적 의도까지 엿보기도 한다. 특히 국정원이 간첩을 잡기 위해서는 정보수집과 대공수사권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방첩 전문가들의 지적인데도 이 지적을 무시하고 국정원은 정보수집 활동만 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겠다는 황당한 이 발상에 종북세력을 제외한 일반 국민이 과연 동의할지도 의문이다.
 
도대체 누가, 어떤 세력이 주도를 했기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빼앗아 경찰에 넘기자는 방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그날 조국은 경찰에 권력의 일부를 넘겨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이미 재판까지 끝난 백남기 사망사건,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사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반대 시위, 밀양 송전탑 농성 진압. 평택자동차 점거농성 등 5개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축구하면서 광란의 굿판을 예고했다. 하지만 권력기관의 개혁은 조국의 발표처럼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다. 권력기관의 모든 문제가 인사권자로부터 나오는 만큼 권력기관의 인사권을 대통령이 행사하거나 개입하지 못하게 제도를 만들면 된다고 본다.
 
예를 들면, 검찰을 법무부 소속에서 분리시켜 독립기관으로 만들어 검찰총장의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검사의 인사권도 총장에게 위임하면 그만이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는 인물로 국회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를 개혁하면 권력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중립적인 인물이 검찰총장이 되어 국민의 검찰로 만들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공수처 같은 옥상옥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며, 권력의 하명수사도 과감하게 배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개혁의 본질은 권력으로부터 인사권을 독립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면 될 일인데도 권력을 분시키는 복잡한 방안을 발표하는 조국을 보면 마치 고려 말 혁명을 꿈꾸었던 정도전이 떠오른다. 정도전이 활약했던 고려 말은 난세였고, 난세에는 자칭 영웅과 호걸이 설치는 시대였다. 그러나 시대의 영웅이었던 최영은 위화도에서 회군한 이성계와의 권력투쟁에서 패배하여 처형을 당했고, 개혁가이자 천재였던 정몽주는 이성계의 체제 전복을 반대하다 이방원에 의해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당시 이성계는 무력 면에서 최고의 지도자였지만 혁명에 대한 뚜렷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 이성계의 책사로 활동했던 정도전만이 이성계를 움직여 자신의 사상을 현실에 접목하여 조선을 설계하고 통치이념과 국가개조 논리를 제공하여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실천했다. 이성계 집권 초기에는 재상에 올라 새로운 나라의 건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도전이었지만 정권이 바뀌자 이방원에 의해 만고의 역적이라는 죄명으로 참수되었고 이방원은 끝까지 족쇄마저 풀어주지도 않았다. 조국은 전임 정부의 적폐청산작업에 깊숙하게 관련된 인물이라는 점과 문재인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심복이라는 점에서 정도전의 말년 신세를 곱씹어 보기 바란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가와 역사는 무한하니까 말이다.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Total 5,68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비추천
5525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소담 10-28 1307 1 0
5524 은행나무가 비난 받을 일 아니다. 소담 10-28 1383 0 0
5523 자가당착 끝에 나온 청와대 대변인의 궤변 한신 10-26 1399 0 0
5522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문재인의 유럽순방, 한신 10-24 1368 0 0
5521 위선으로 가득한 文 정부의 언론관, 한신 10-22 1375 0 0
5520 서울교통공사의 채용세습은 빙산의 일각일지… 한신 10-20 3191 0 0
5519 문재인의 북한 마케팅을 거절한 프랑스 마크… 한신 10-18 1378 0 0
5518 이런 게 국정농단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 국정… 한신 10-17 1383 0 0
5517 자유한국당 치료방법 (1) 도제 10-17 2341 1 0
5516 극우 극좌를 경계해야... 주노 10-16 1405 0 0
5515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미국 조야(朝野)… 한신 10-15 1402 0 0
5514 ‘통일’ 대박인가 쪽박인가? 도제 10-12 1405 1 0
5513 민정수석 자리가 입법부, 사법부 위에 군림하… 한신 10-12 1336 0 0
5512 문제 주노 10-12 1301 1 0
5511 탈원전은 좌파 비지니스를 위한 정책인가, 한신 10-10 1392 0 0
5510 김제동 시청료에 기가 막혀, 한신 10-07 1378 0 0
5509 전원책이 넘어야할 만만찮은 장벽들, 한신 10-05 1419 3 0
5508 심재철 의원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한신 10-03 2150 0 0
5507 The Negotiator 도제 10-01 1337 2 0
5506 좌파정권 재집권을 막겠다면 "마이클 하워드"… 한신 10-01 1370 1 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