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토론방]
 
 
작성일 : 18-01-05 12:26
머리를 식히는 야사한편소개
 글쓴이 : 이어도
조회 : 2,603   추천 : 1   비추천 : 0  
<이 글은 넷상에서 옮긴 글입니다.망가는 제가 후다닥 그렸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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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마님과 두고 온 조끼

황첨지네 집에서 5년이나 머슴 살다 새경으로 밭이 딸린 산 하나를 얻어 나온 노총각 억쇠는 산비탈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밤이고 낮이고 화전을 일구어 이제 살림이 토실하게 되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어느 겨울날 오후, 군불을 잔뜩 지펴 뜨뜻한 방에 혼자 드러누워 있으니 색시 얻을 생각만 떠올랐다.
그때 “억쇠 있는가?” 귀에 익은 소리에 문을 여니 황첨지 안방마님이 보따리 하나를 머리에 이고 마당에 들어서는 게 아닌가. 억쇠는 맨발로 펄쩍 뛰어내려 머리에 인 보따리를 받아 들었다.
“그저께 김장하며 자네 몫도 조금 담갔네.” 억쇠는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선 채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자네 살림은 어떻게 하나 어디 한번 보세.” 마님은 부엌에 들어가 억쇠가 만류해도 들은 체 만체 흩어진 그릇을 씻고 솥을 닦았다.
방에 들어온 마님은 억쇠를 흘겨보더니 “김치항아리를 이고 개울을 건너다 발이 삐끗하더니 발목이 시려오네, 자네가 좀 주물러주게.” 버선을 벗어던진 마님의 종아리를 본 억쇠는 고개를 돌리고 발목을 주무르는데 “무릎도 좀 …”

마님이 고쟁이를 걷어올리자 희멀건 허벅지가 드러났다. 억쇠의 하초는 빳빳해지고 마님의 숨소리는 가빠지다가 마침내 마님이 억쇠의 목을 껴안고 자빠졌다.
마흔이 갓 넘은 마님의 농익은 몸은 불덩어리가 되었다. 노총각 억쇠의 바위같은 몸이 꿈틀거릴 때마다 마님은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졌다. 뒤돌아 꿇어앉아 바지춤을 올리며 억쇠는 모기소리 만하게 “마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마님은 십년 묵은 체증이 가라앉은 듯 날아갈 듯한 목소리로 “자네는 내게 적선을 한 게야. 자네도 알다시피 바깥양반이란 게 허구한 날 젊은 첩년 치마폭에 싸여서 한달에 한번도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네.”
마님과 억쇠는 또 한번 불타올랐다. 봇물이 터지듯이 황첨지 안방마님은 툭하면 떡을 싸들고, 호박죽을 들고, 쇠고기를 들고 억쇠네 집으로 왔다.

어느 날, 억쇠 품에 안긴 마님이 “나 이제 고개 넘고 개울 건너 이곳까지 못 오겠네. 날이 어두워지면 자네가 우리 집에 오게.” 대담하게도 안방마님은 억쇠를 안방까지 끌어들였다.
삼경이 가까워올 무렵 안방에서 한참 일을 치르고 있을 때 난데없이 집에 오는 길을 잊은 듯하던 황첨지가 대문을 두드렸다. “문 열어라!” 억쇠는 바지만 걸쳐 입고 옷을 옆구리에 찬 채 봉창을 타고 빠져나와 뒷담을 넘어 사라졌다.
이런 일이 있나! 집에 와서 보니 조끼를 두고 왔다. 황첨지가 저잣거리 껄렁패를 데리고 곧장 덮쳐올 것 같아 문을 잠그고 도망쳤다.
나루터 주막집으로, 머슴 친구 문간방으로, 객줏집으로, 봉놋방으로 동가식서가숙하던 억쇠는 어느 날 술에 취해 곰곰이 생각하니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계속 도망 다니는 신세가 처량하고 한편으로는 황첨지를 배신한 자신이 죽일 놈이다.

황첨지는 오입쟁이지만 통 크고 인정 많아 5년 동안 머슴 살 때 모진 소리 한번 듣지 않았었다.
이튿날은 황첨지네 조부 제삿날이라 황첨지가 본가에 머물렀다. 억쇠가 찾아갔다. 황첨지에게 잘못을 빌고 죽든지 살든지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술잔을 들다 말고 황첨지가 “억쇠 왔냐.” 억쇠가 꿇어앉아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하려는데 옆에 앉은 마님이 “어제도 억쇠가 영감 만나 긴히 의논하러 왔다가 헛걸음하고 갔지요.” 억쇠는 눈만 크게 뜨고 있는데 안방마님이 대신 고백을 하는 게 아닌가.“
억쇠가 글쎄 부잣집 안방마님과 안방에서 정을 통하다 갑자기 바깥양반이 들어와 뒷문으로 도망을 쳤는데 집에 가서 보니 조끼를 두고 갔다지 뭡니까.”
이어진 안방마님의 말솜씨가 절묘하다.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샛서방을 안방까지 끌어들이는 여자라면 어련히 그 조끼를 처리했을 라구.”
 
황첨지가 껄껄 웃으며 “그럼 그럼, 걱정할 것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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