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펜
 
[시·단상]
 
 
작성일 : 18-04-14 07:55
<시> 스타리 모스트의 지혜2
 글쓴이 : 주노
조회 : 9,471   추천 : 0   비추천 : 0  
 
스타리 모스트의 지혜2
-홍경흠
 
 
 
모스타르 먹구름은 네레트바 강이 넘치도록 소낙비를 퍼부었다 강이 범람할 때마다 풀이 쓰러지는 소리에 죽음을 감지한 뿌리는 숨 쉴 때마다 껍질이 불거지도록 관다발에 힘을 주는데 물살들은 근육량을 늘리며 숨통을 옥죄었다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풀이 기지개를 켜자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겨울은 혹독한 한기를 몰고 와 풀에 맺힌 이슬까지 꽁꽁 얼어붙어 몸은 점점 야위어 갔다 야원 몸은 봄이 오기까지 얼음을 으깨며 검은 피를 뽑아낸다 그러고 보니 풀을 벌떡 일으킨 것은 풀이다
 
풀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세파에게 하루하루를 부표처럼 떠서 그 경계선을 허물었다 길이 트이고 웅크리고 있던 울음소리도 사라졌다 세력이 강해지면 누구나 자기밖에 모르는 것을 알기에 속으로 쑥쑥 자라며 예사로 사랑했다
 
풀은 오늘도 무늬를 만들고
 
-시인수첩, 2018, 봄호, P72
게시글을 twitter로 보내기 게시글을 facebook으로 보내기

 
 

Total 1,35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비추천
1340 (영구단상)습관의 노예 시사랑 02-09 2799 0 0
1339 (영구단상)질문을 하자 시사랑 02-01 2697 0 0
1338 (영구단상)숨겨진 힘 시사랑 01-28 2693 0 0
1337 (영구단상)본때를 보여주겠다 시사랑 01-27 664 0 0
1336 (영구단상)信口雌黃신구자황 시사랑 01-26 670 0 0
1335 (영구단상)소 힘도 힘이요 새 힘도 힘이다 시사랑 01-14 659 0 0
1334 (영구단상)나이로만 살지 말고 시사랑 01-13 668 0 0
1333 (영구단상)樂此不疲요차불피 시사랑 01-12 676 0 0
1332 (영구단상)더하기로 바꾸자 시사랑 01-11 655 0 0
1331 (글 나눔 편지)이만하기 정말 다행이다 시사랑 01-09 679 0 0
1330 (영구단상)덕담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시사랑 01-08 661 0 0
1329 (영구단상)결심 지키기 시사랑 01-07 673 0 0
1328 (영구단상)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 시사랑 01-06 681 0 0
1327 (영구단상)發祥致福 발상치복 시사랑 01-04 762 0 0
1326 (글 나눔 편지)한해를 보내면서 시사랑 12-31 653 0 0
 1  2  3  4  5  6  7  8  9  10